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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무언가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서 살아왔다. 글씨체 하나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아 보이기 싫어서 나만의 글씨체를 고안해내어 쓸 정도였으니. 거기에 팔랑귀 기질까지 더해져 어디선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거나, 구미가 당기는 무언가를 접하게 되면 훅 하고 빠져들고는 했다.
지금보다도 어쩌면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더 충만했던 유년기에는 실행력까지 더해졌으니. 무언가 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피어오르는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나는 어떻게든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에 대략적인 구상이 더해지면 그다음의 바로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열다섯, 한창 아이돌그룹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직접 팬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나노 웹에디터와 포토샵을 붙잡고 혼자 독학에 정진했다. 역시 강렬한 내적 동기는 내가 지닌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주는 건지 한글 문서나 겨우 작성하던 중학생이 홈페이지 계정을 구입하고 호스팅까지 해서 꽤 그럴듯한 홈페이지를 결국 만들어내었다. 처음 완성된 홈페이지 메인화면의 enter를 누르고 메뉴 화면으로 전환 되었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란. 마음속에 어렴풋이 그려놓았던 스케치가, 색을 입고 움직이는 무언가가 되어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원하는 것을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오르는 순간, 머릿속에는 무언가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나조차도 구체적으로 이건 이러하다, 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놓치거나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머릿속 여기 저기 다급하게 남겨 놓은 구상들. 그 모든 스케치들을 다 실행하고 구체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마음으로 남겨놓은 흔적들이 요즘은 그저 흔적인 채로, 그냥 옅어지고 사라져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점점 무언가를 원하고, 그리고 남겨두는 그 마음의 불씨들 조차도 아주 작아져 버린 것 같다.
원하는 마음, 놓치고 싶지 않은 흔적들은 결국 그 마음과 흔적들의 주인인 내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유의미해 질 수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일지라도 자꾸만 잊지 않고, 지워버리지 않고 끄집어내어 완성해내고 싶다. 거창하고 위대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해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이니까.
나의 마음 속에 있는 작은 스케치들이, 그저 스케치에 그치지 않게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행동하고 이루어내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