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차라리 어버이날이 사라진다면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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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내가 채우기도 전에 달력에 이미 여러가지 행사와 기념일들로 많은 날들이 채워져 있는 달이다.

오늘은 어버이 날. 낳아주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 어버이라는 국어사전의 뜻 풀이를 읽으며, 왠지 마음 속 한 구석 어딘가가 채워지지 않은 채 대충 얼버무리며 덮어버린. 읽다 만 책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미리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미술시간에 카네이션 토퍼를 만들고, 직접 만든 카드에 감사의 편지를 썼다. 조그만 손으로 만든 토퍼를 손에 쥐고서 칠판 앞에 서 보라며 손을 내밀었다.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 해 주며 한 명씩 사진을 찍어 주었다. 열 한살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도가 무엇이겠는가.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으로 살 수 있는 최대한으로 좋은 선물을 사서 건네는 것도 무척 기특한 일이지만 그 나이만의 감성으로 가장 환하고 건강한 웃음을 가득 담아 전하는 것이 부모님께는 가장 가슴 뿌듯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고운 얼굴들을 담아 전송을 해 드렸다.


실은 매년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참 조심스럽고 어렵다.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여러가지 것들이 너무나 사전적 의미의 '어버이'에 충실하게 제작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매년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학급만 해도 부모님 중 한 분과 살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이 있고 부모님 대신 조부모님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게다가 외국인 가정 또는 다문화 가정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자주 볼 수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비율이 더 높지만.


직접 용돈을 모아서 엄마 아빠에게 카네이션 꽃다발도 사 드리고 선물도 사드렸어요! 하고 쪼르르 달려와 나에게 으쓱거리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음에 시무룩 해 할 아이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른인 나도, 우리도.

마치 패키지처럼 평소보다 더 거창한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고. 선물을 사고, 용돈을 드리고. 평소에는 잘 하지 못하는 쑥쓰러운 말을 전하고. 그러면서 조금은 자식 노릇을 한 것 처럼 마음의 면죄부를 획득한 것처럼 뿌듯함을 잠시 느껴보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매년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더 부끄러워 지기도 한다. 이렇게 국가가 정해준 날에, 모두가 하는 방식대로 1년치를 몰아서 행하는 나의 관행같은 행동들이.


차라리 어버이날이 사라진다면. 우리 모두 이 날 하루는 효도합시다,가 아닌 적당한 날, 적당한 방식으로.

아니 매일, 매순간, 늘 항상.꼭 날 낳아주신 생물학적인 아버지 어머니가 아닐지라도. 나를 온전히 나로써 자라날 수 있도록 해 주신 내 인생의 어버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 모두에게. 곡진한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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