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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회피형 인간인 나는 왠만해선 나의 의견이나 주관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법이 거의 없다.
배려의 마음이라 미화할 수도 있겠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피하고 싶은 에너지 보존적 차원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두가지 마음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지금껏 그런 삶을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주변의 상황과 다수의 의견에 내 마음을 끼워 맞추며, 내가 내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때.
' 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그 의견에 따른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
' 그건 좀 아닌 것 같지만... 한 번 내가 눈 감고, 귀 닫으면 되는 거지 뭐.'
그 순간 하늘 아래 유일한 나라는 존재가, 나만의 주관조차 지니지 못한 '아무나'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어버렸다.
보호색처럼 주변에 물들어버리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은 아닌데.
항상 나의 주관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뾰족한 바늘처럼 내 주변 모두를 찔러대며 상처 주는 삶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
나만의 생각과 철학, 견해와 관점들을 공고히 하며 반대되는 것들과의 갈등을 회피하지 않을 것.
나와 같은 것에 반가워하기보다는,
다름에 마주하여 나의 것을 더 명확하고 또렷하게 알아차리도록 할 것.
이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