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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유난히 들뜬 곳,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사람들. 모두 나와는 반대 성향의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은 어딘가 모르게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도서관, 공원, 미술관, 갤러리, 골목 어딘가의 조그만 카페. 북적이지 않으며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 공간에서 낼 수 있는 소음의 제한이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곳. 누구도 함부로 서로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고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들.
누군가와 함께여도 기꺼이 즐겁고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나지만, 실은 늘 어느정도 나만의 세계에 발 하나쯤은 담그어 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깊숙이 가라앉거나 숨어'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다.
인생이라는 게, 코딩 값에 따라 척척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나약하고 간사한지라 내가 1만큼 공을 들이면 5정도의 출력값은 나와줬으면 바라게 되고. 그러다 10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하나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까 괴로워하며 좌절하고. 그래도 조금 더 바둥거려 보다가, 결국은 어차피 닿지 못했으니 원하지도 않았다 신포도형 합리화를 하며 씁쓸해 하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조금 달라졌다. 이루고 싶은 것, 바라는 바가 있으면 당장 변화와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일단은 계속 해보기. '나'를 제외한 다른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며 묵묵히 내가 가 닿고자 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무게중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 속 깊숙히 아주 무거운 추 하나를 달고서.
모든 전사 중 가장 강력한 전사는 인내와 시간이라는 톨스토이의 문장을 부적처럼 손에 쥐고서.
이것이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거나 몰입함'으로써의 침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너무 나만의 세상, 어둠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침잠하되, 가끔씩 수면 밖의 세상을 살피고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침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