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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마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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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집은 모두가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종일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주파수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95.9. 내가 사는 부산지역의 엠비씨 FM 방송 채널이었다. 자연스럽게 하루의 일과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순서대로 흘러갔다. 잠에서 깨어나면 아침 교통방송과 뉴스가 흘러나오고, 7시 55분 즈음이 되면 구수한 사투리의 자갈치 아지매 방송이 뒤를 잇는다. 그리고 지역 뉴스가 끝나면 거의 모든 주부님들의 벗이었을 '여성시대' 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라디오를 일상의 bgm 처럼 들으며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귀에 익숙해지는 노래 몇 곡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은 미완성' 이라는 곡이었다.
실은 이 곡의 제목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노래의 도입부터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구절로 시작되었고 노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노랫말이었기에 당연히 제목일거라 생각했을 뿐. 인생은 무엇이라 정의하기에 그 시절의 나는 너무나 어렸다. 라디오에서 이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따라 흥얼거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같이 따라 불러보는 그런 노래.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언젠가 불현듯 이 곡을 우연히 떠올렸을때 정말 노랫말에 인생이 다 들어가있구나...! 하고 뒤늦게 이마를 탁! 치게 되었던.
뒤늦게 곱씹어 본 이 노래의 노랫말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래도'의 뒤에 가장 중요한 진리가 담겨있어서가 아닐까한다. 인생은 노랫말처럼 쓰다가 마는 편지, 부르다 마는 노래, 그리다 마는 그림같다. 완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지만 결국 여러가지 역경과 고난 앞에서 경로를 이탈하게 되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곱게 쓰고, 아름답게 부르고, 그려가야 하는 것이다. 이미 시작해 버린 이상 끝끝내 마스터 피스는 커녕, 완성조차 시킬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을지라도. 평생 미완성이 진행중인 인생이지만,
'그래도'의 꾿꾿한 기세로 나아가는 마음 속에 인생의 줄기에 조그만 새싹들이 돋아난다.
꽃봉오리가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