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자꾸 작아진다 >
예전의 우리 아빠는
키가 나보다 다섯 뺨도 넘게 컸고
달리기도 훨씬 빨랐어요
웃음소리는 천장까지 쩌렁쩌렁 울렸고
무서운 꿈을 꾸다 깰 때면
아빠 품에 쏘옥 안기면
슈퍼맨처럼 든든했어요
그런데 요즘 아빠는
집에 오면 티비 앞에만 누워 있고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잘 웃지 않아요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면
아빠 어깨가
옷걸이처럼 축 늘어져 보여요
어제 저녁,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올 때
“오늘 어땠어?”
내가 먼저 물어봤어요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봤어요
아빠 눈이
잠깐 반짝이는 걸요
그 눈빛은
예전처럼 크고 뜨겁지는 않았지만
작게 타오르는
촛불처럼 따뜻했어요
나는 아빠가
다시 크고, 빠르고
기운 센 아빠가 되면 좋겠어요
아니,
조금 작아도 괜찮아요
이제 내가 조금 커졌으니까
내가 아빠 손을
꼬옥 잡아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