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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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듣게 되는 시점은 아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된 후 부터였던것 같다. 나고 자란 곳에서 큰 이동없이 20여년을 쭉 살아왔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뿐만이 아니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통 태어나서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자신이 사는 장소나 지역에 대한 의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나서 첫번째 사회생활인 유치원 입학, 가정의 큰 변화를 겪지 않는 이상은 근방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순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하지만 만약 대학까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곳으로 진학하게 된다면 살아가며 환경의 격변을 겪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다.


처음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들었던 것은 대학 입학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였다. 한 다리만 건너면 누가 누구인지 훤히 다 알 수 있었던 곳에서 살아왔던 나에게 낯선 말투와 억양이 한데 뒤섞인 대화가 오가는 그 상황이 거의 충격에 가까웠던 것 같다. 뭐가 좀 묻어도 알아차릴 수 없던 검정색, 남색 티셔츠를 입다가 처음으로 입게 된 하얀 티셔츠를 입은 날 급식 메뉴로 짜장면이 나온 순간 같았다. 조심스레 '부산'이라고 사투리인듯 아닌 듯 난생 처음 뱉어보는 오묘한 억양으로 대답하며 자꾸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처음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느껴보는 이질감 비슷한 것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또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그런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충격과 당혹스러움은 줄어들었다. 심지어는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나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고향이 어디세요?' 라는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이 신선하고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태어나 자란 곳이 지금 현재 내가 있는 곳과는 다른 곳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의 영역이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머물렀던 곳. 그래서 왠지 떠올리기만 해도 정겹고 그리운 마음이 차오르는 곳. 그런 고향의 존재가 분명히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 가끔은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어쩔 수 없이 나라는 사람의 인격과 특성을 형성하는데에 큰 영향을 주었을테니 말이다. 내가 이 지구의 어딘가에서 숨쉬며 살아가든지간에 나라는 사람이 시작된 그 곳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왠지 큰 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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