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곧 만나자’
여름방학 종업식날 아이들에게 건넨 인사였다. 학교 사정상 겨울방학에 긴 공사가 잡혀있어 어쩔 수 없이 딱 2주간의 짧은 여름 방학이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벌써 개학 후 한 주가 흘렀다. 그 때 건넨 인사가 정말 꼭 어울리는 인사였던 셈이다.
첫 만남때의 무언가 어설프고 조그맣던 아이들과 하루하루, 또 일주일 한 달을 함께 보내며 지켜보는 변화는 아주 미미하게 일어난다. 마치 매일 보는 가족의 달라진 모습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처럼. 하지만 방학이라는 서로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별거기간을 가진 뒤 다시 재회했을 때 느껴지는 변화는 사뭇 다르다. 특히 나에게는 여름방학이 더 그렇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아래 까맣게 그을린 얼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햇빛만 보면 기미에 피부 트러블에 조금이라더 덜 타려고 숨기에 바쁜 어른들과 달리 온 몸으로 내리쬐는 태양을 받아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여름의 자연 현상은 중간이 없지 않은가. 내리쬐거나 퍼붓는 폭발적인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쫘악 흡수하여 그들의 성장 에너지로 변환시킨 것만 같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건가, 싶을 정도다. 거침없는 여름의 생명력이 아이들에게 오롯이 스며든 것만 같다.
조그만 화분에 심었던 씨앗이 매일 물을 주며 언제쯤 싹을 틔울까, 오매불망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싹이 트기는 할까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어느날 문득 바라보면 마치 약올리듯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치 약올리는 것 처럼. 그 뿐만이 아니다. 꼭 내가 볼 수 없는 잠든 사이에, 쳐다보지 않고 있을 때마다 몰래 쑥 자라있는 식물들.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난 뒤에 한 뼘도 넘게 키가 커져 있는 화단의 꽃들.
여름방학은 그런 시간인 것 같다. 온 세상에 이글거리는 생명에너지가 모두를 쑥 자라나게 만들어주는.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분명히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마법이 이루어지는 시기.
뜨거운 태양 아래, 가끔은 멈추고 비우고 숨을 가다듬기도 하고 뜨거움 속에 나를 던져보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