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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리에서 전력으로 달리기보다는 찬찬히 숨을 고르며 멀리 보고 가야한다고 한다. 지금 무리를 하는 것이 당장의 성취감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도착점까지 쭉 등속도운동으로 달려가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상당부분 동의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좀 더 정확히는 왠지 동의하기 싫은 심술궂은 마음이 불쑥 든다.
내가 열심히 몸과 마음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은 작정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 마음이 불타오르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그 상태 그대로 쭉 달려가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나의 엔진을 억지로 미지근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미련맞고 영리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 미련맞음이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달려나갈 긴 레이스에는 나의 기력소진 외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와 위험요소들이 얼마나 많이 나타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보면,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모든것을 던져볼 수 있을 때 쏟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조절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일지도 모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