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잠에서 깨어날 때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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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그 날의 날씨를 가늠한다. 창 밖으로 느껴지는 그날의 명도가 높은지 낮은지. 맑음과 흐림, 비. 가만히 누워 어떤 풍경이 가장 먼저 나의 시야에 들어올까를 추측 해 본다. 다음으로 하는 일은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며 나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는 일이다. 손가락 까딱 할 기운도 없이 그대로 땅에 붙어버리고 싶은 상태인지. 제법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을 정도로 몸에 기운이 차 있는 상태인지. 마치 본격적으로 기계를 가동하기 전에 정상 작동 여부를 테스트 해 보는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를 떠올려 보고. 지금이 몇 시인지를 확인하고. 오늘 해야할 일 중 가장 굵직하고 중요한 일들을 생각하고. 출근할 때 입을 착장을 구상하고. 조금씩 중력을 거슬러 자리에서 일어난 뒤로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진다. 따듯한 물을 마시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과일을 깎고. 각종 약들을 입에 털어넣고. 의식적으로 자동화시켜 놓은 나의 아침 루틴이기에 별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차근차근 하나씩 행해지는 일들.


사실 꽤 오래전 언젠가부터는 잠에서 깰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하다.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듯 그 경계의 어딘가에 아슬하게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다가 수시로 깨어나는 탓에 앞으로 몇번이나 더 눈을 뜨고, 다시 감고를 반복해야 할까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 때까지 누워있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하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는 느끼기 힘든 뜨끈한 울컥임이 눈 가에 그득히 차오른다. 어서 아침이 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눈꺼풀을 더 꾹 힘주어 감아본다.


잠에서 깨어날 때, 서글픔 없이 오롯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눈 뜰 수 있기를.

충전과 휴식의 기운을 가득 채우고,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 뜰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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