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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칠삭둥이로 엄마품보다 인큐베이터에 먼저 몸을 뉘였다. 부모님은 죽을 확률과 살 확률이 절반씩이라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기쁨보다 슬픔으로 나의 탄생을 맞이하셨고 외할머니는 지푸라기라도 붙잡겠다는 마음으로 이곳 저곳에서 부적을 써오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평생을 골골이로 살아온 나는 집과 학교외에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 머무르거나 방문했던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병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온갖 종류의 병원들을 도장깨기하듯 벗하여 살아오고 있다. 웃프게도 어떤 면에서는 병원이 아주 친숙한 장소로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 대학병원의 분위기와 동네 집 앞 내과의 분위기, 단골 한의원의 분위기 등등. 그 병원들만의 고유한 체계(?!)랄까. 무튼 그런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병원투어를 이어가는 삶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옛말은 그른 것이 없었다. 온 몸으로 옛 어른들의 말씀을 공감해낼 수 있었다. 무언가 좀 작정하고 해보려고 해도 의지를 좇아가지 못하는 나약한 체력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서글픔의 늪에 빠뜨리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마음이 달라졌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빠른 인정, 그리고 그 속에서의 나의 최선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남은 내 삶을 서글픔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게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일을 쪼개어 며칠에 나누어 한다던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며 나의 속도와 만족을 최우선으로 두고 어떻게든 해내면 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나태와 무능을 ‘체력때문에‘라고 퉁쳐버리는 나쁜 습관을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것.
몸의 힘 못지않게, 마음의 힘이 크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