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꾸안꾸는 새로운 자기표현 방식이다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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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PR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절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무엇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비교 당하는 것이 익숙하던 시대였고, 그 틈에서 나만의 강점과 개성을 드러내어 모두의 눈에 띄는 것이 '특별함'으로 여겨지던 시대.


하지만 시대와 세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최근 등장한 것이 바로 '꾸안꾸'라는 것이다. '꾸민듯 안 꾸민듯' 이란 단어의 뜻을 듣자마자 이전의 시대 양식에 익숙해져 살아온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나를 꾸미고 가꾸는 일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함인데 왜 '안 꾸민 척'한다는 것인지. 마치 미용실에서 머리를 조금만 깔끔하게 다듬고 집에서 돌아왔을 때, '너는 머리를 자르고 온 것 맞니?'하고 갸우뚱하는 엄마의 모습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현 시대의 우리는 눈에 띄는 무언가로 자신을 표현하기 보다 간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옷차림, 머리 모양, 내가 이룬 업적들, 문서와 기록으로 증명되는 나에 대한 능력치들도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꾸안꾸'에는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과는 반대로 조금은 조용히, 은밀하고 수줍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게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방식으로 표현된 나의 개성을 들키게 될 때 그 고유함이 더 증폭되는 느낌.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 대형 카페는 아니더라도 나와 비슷한 선호를 가진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카페.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 혼자 좋아하던 향수를 뿌리고 나섰을 때, 마침 누군가 나의 향을 알아차려 주었을 때의 뿌듯함과 묘한 공감대. 나만의 고유함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알아차려 줄 때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기분. 마치 힘들게 보물찾기를 해서 찾아낸 선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 처럼.


'꾸안꾸'의 시대가 지나고 나면, 또 어떤 자기 표현의 세대가 도래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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