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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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 잊혀지지 않는 영화. 잊혀지지 않는 글귀, 잊혀지지 않는 표정, 잊혀지지 않는 사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강렬한 무엇이었다는 뜻이다. 감정적인 강력함일 수도 있고, 시각적인 충격일수도 있다.


오래 내 안에 남아있는 것들은 불현듯 불쑥 나타나 내 마음을 흔든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떠오른 무언가가 예상치 못한 회상의 회로를 건드리기도 한다.


나는 내 마음속의, 머릿속의 잔상들이 사라졌으면 한다.


잊혀지지 않는 여운처럼 아련하고 애틋한 무엇이 될 수도 있겠으나, 잊혀지지 않은 것들을 다시 마주하기보다는 마치 처음의 마음으로 산뜻하게 만나, 산뜻하게 헤어지고 싶다. 여운을 남기며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가볍게, 더 가볍게 살아가고 싶은 최근 내 심정의 반영일지도.


이미 남겨져버린 내 안의 잔상들도, 후련히 비워내고서.

매 순간의 장면들을 새로이 담고, 흘려보내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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