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52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임신 마지막 달 즈음 나는 출산을 앞두고 세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임신 전에는 그 누구보다도 건강을 자부했던 나인데, 30주가 되기 전에 전치태반의 소견을 받고 나서 결국 그런 사달까지 난 것이다. 임신 중에도 아픈 곳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새벽에 총 세 번의 응급실행을 하였고, 그중 한 번은 단 하루였지만 고위험산모실에 입원까지 했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하며 마음 졸일 수밖에 없는 마지막 달을 보내며 하루하루가 빨리 가기를 바라보았다.
이런 이슈로 아기를 조금은 빨리 만나게 되었고, (37주 0일. 딱 정상분만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게) 아기가 ’으애앵-‘하고 세상 밖으로 태어난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절로 주르르륵 나왔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의 일처럼 선명한 그날의 기억은 아마 죽을 때까지 가져갈 내 인생에 가장 뜻깊고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2.46kg으로 태어난 인형보다 작던 우리 아기는, 이제 9kg 정도가 되었고- 눈도 뜨지 못했던 신생아때와는 달리, ‘어떻게 이런 작은 먼지까지 발견하지?’할 정도로 시력 또한 잘 발달했다. 그 밖에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아기 덕에, 작년 이맘때부터 일 년 동안 쌓인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이 한가득이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약 일 년 동안 아기의 모든 성장과정이 담겨있는 나의 소중한 보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간직할 것이다.
아기의 식사, 배변, 수면, 놀아주기 등을 척척 능숙하게 해내는 요즘의 나. 그리고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출산이 너무도 무서워서, 남편에게 대신 아기를 낳아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던 작년 이맘때의 나.
이렇게 보니 아기가 일 년 사이에 많이 자란 것처럼, 나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일 년 뒤의 내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보다 더 능숙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어있길, 부디 바라본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쉰두 번째 날이다.
남편이 돌잔치 때 사용할 영상을 만들고 있어서, 앞부분을 구경하다가 아기의 초음파 영상을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처음 심장소리를 듣던 날, 그리고 젤리곰처럼 꼬물꼬물 움직이던 날.
’ 그래, 아기가 저렇게나 작았었지!‘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엄마로서 ‘우리 아기가 많이 컸구나’ 하고 느끼는 건 대체 언제까지일까? 하고 혼자 생각을 해보니, 아마 평생 동안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매 순간, 자식이 무언가를 해내고 이루는 순간순간 마다- 불현듯 아기 때의 생각을 하며 ‘참 많이도 컸구나-’ 생각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영원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기는 엄마아빠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와 남편은 아기 낳기를 선택했으니, 아기에게 그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훗날 아기가 우리에게 ‘엄마 아빠가 내 엄마아빠라서 너무 행복해! 태어나주게 해 줘서 고마워, 사랑해!’ 하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면, ‘내 삶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엄마아빠에게 고백을 남기고픈 밤이다.
‘나를 태어나게 해 주신 엄마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