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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Sep 29. 2024

평온이 찾아온 뒤에 먹은, 순대와 떡볶이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9

동네 산책을 나섰다가 발견한 순대 트럭!

원래 같았으면 지나쳤을 텐데 왜 그랬을까, 오늘은 왠지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날이었다.


남편은 먹으면 먹고 아니면 아니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내가 떡볶이를 함께 만들어먹자는 말을 하자, 좋다며 순대 구입을 찬성해 왔다.


내 앞에 이미 네 명이 줄을 서있던 터라 시간이 꽤 걸릴 듯하여, 남편과 아기를 집으로 먼저 보냈다.

이미 단골인 듯 보이는 아저씨가 사장님께 이런저런 말을 거시는 바람에 사장님의 칼질이 사뭇 느려졌지만, 오랜만에 듣는 정겨운 대화에 오랜 기다림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15분을 정도를 꼬박 기다려 받은 순대를 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향했더니, 깨끗하게 씻고 있는 귀여운 아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아기가 잠든 후 평온한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순대는 잠시 옆에 두고 떡을 불린 후 떡볶이 소스를 먼저 만들었다.


아직 졸려 보이지 않는 아기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남편과 함께 놀아주다 보니, 쿠션에 폭 안겨 피곤한 기색을 보여오는 아기. 그 즉시 나는 떡볶이 제조, 남편은 아기 재우기를 담당하기로 한 뒤 각자의 위치로 떠났다.


떡볶이를 만들고 있으니 금세 방에서 빠져나온 남편이 어찌나 반가운지! 오랜만에 평온한 둘만의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매콤한 떡볶이에 두툼한 순대는 역시 환상의 궁합이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좋은 떡볶이에 순대까지 야금야금 찍어먹다 보니, 많은 양의 떡볶이가 금세 줄어들었다.


특별한 게 없어도 온전히 세 가족이 함께 하하 호호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오늘이- 내내 푸르디푸른 예쁜 하늘을 볼 수 있던 오늘이- 남편과 둘이 평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던 오늘이 참 좋았다.


특히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돌아오는 주에는 연휴가 많아서 그런지, 월요일인 내일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돌아오는 주도 이번 주의 하늘처럼 늘 청명하기를, 평온하고 행복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보며- 소소하지만 잦게 즐거웠던 일요일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해 본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아홉 번째 날이다.


파랗디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꽤나 뜨거운 햇살 속을 걸으며- 오늘은 날씨마저 일요일 답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바깥 활동하기 좋은 날씨여서 그런지, 동네 공원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바깥 활동을 하며 가을의 여유를 즐기는 듯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공원 나무 아래에 캠핑의자를 펴 놓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 살짝 부러워지려고도 했다.

그럼에도 맑디 맑은 날씨에 행복함이 가득 차올라서, 집에서 보이는 하늘만 보아도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사실 밖으로 제대로 나가 놀고 싶었지만, 아기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자중할 수밖에 없었던 오늘이었다.


어떤 연유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기의 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곁에서 보살펴주고 사랑해 주고 지켜볼 뿐이다. (아기들이 아픈 건, 병원에 가도 그 이유를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돌아오는 주에는 컨디션을 완벽하게 되찾은 우리 아기와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이번 주에는 바깥에서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보며-


‘아기야, 푹 잘 자고 아픈 것 싹 나아서 엄마랑 아빠랑 이번주도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보자!’하는 마음을 전해본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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