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9
웃음을 지으면 이가 하나도 없어서 잇몸만 보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 아기는 8개의 치아를 보유하고 있는 (신생아에 비하면) 어엿한 언니이자 누나가 되었다.
토끼처럼 두 개의 치아만 뿅뿅 나더니, 아랫니와 윗니를 시작으로 아래위 각각 네 개의 치아가 차례차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가 나기 전부터 아기의 치카치카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이가 나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깜빡하는 날 없이 양치를 시켜주려 부단히 노력했다. (사실 가끔 깜빡하고 재워버린 적이 있다. 미안 아기야!)
정말 극소량을 사용하지만 달달한 치약 때문인지, 손가락에 골무처럼 칫솔을 끼워서 해주는 양치를 곧잘 받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기가 엄마아빠의 양치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기의 변화는 ‘서서히’가 아니라 ’돌연‘이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 나. 있는 힘껏 짜증을 부리며 입을 절대로 벌리지 않는 아기에게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손가락 칫솔을 넘겨주었다.
이를 닦는 건지, 칫솔을 씹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하며 지내고 있던 요 며칠.
‘왜 우리는 아기의 새 칫솔을 사줄 생각을 못했지?’ 하고 생각하며, 남편이 재빠르게 새 칫솔을 주문했다.
빠름 빠름-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그 덕에 칫솔이 오늘 바로 도착했다.
360도로 칫솔 모가 있는 신개념(?) 칫솔을 아기에게 쥐어주었더니, 아기의 입이 ‘열려라 참깨!’ 절로 열렸다. 물론 여전히 내가 해주는 건 싫어서, 본인이 쥐겠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말이다.
‘우와,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칫솔질을 하는 것 같네!? 왜 이제야 사줬을까, 미안해 아기야!’
아기와 함께 한지 1년이 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초보 엄마라서 부족한 것이 투성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며, 순간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부족한 것이 많은 엄마일지 모르지만, 아기에게는 충분히 완벽한 엄마이고 싶다.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더 노력해야겠지!
우리 엄마의 30대를 상상해 보는 밤이다.
엄마의 젊은 날은 어땠을까!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아홉 번째 날이다.
한껏 짜증을 내며 이를 닦는 게 싫다고 표현하는 아기를 보며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소아과에서 양치하는 건 협의사항이 아니고 필수라고 한 말을 되새기며 양치를 거행하였다.
다행히 아기가 새로 산 칫솔에 관심이 생기는지 입으로 넣어보며 탐색하는 덕에, 조금 수월한 양치 시간이 되었다. 물론 내가 해주는 것이 깨끗하게 이를 닦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자기표현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갖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리기 시작한 우리 아기.
앞으로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한 시기도 올 것이기 때문에, 퍽 당황스럽거나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그저 아기가 자기표현을 할 줄 알기 시작했구나-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더 클 뿐이다.
다만 이런 자기주장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선으로까지 이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앞으로 육아 책을 많이 읽고 아기의 발달에 맞추어 잘 도와줘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기가 바르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본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