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80
오늘은 수요일, 한글날, 공휴일이다.
가끔 이렇게 수요일에 쉬는 날이 껴있으면, ‘수요일도 토요일 일요일처럼 쉬는 날로 지정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수요일에 쉬는 날이 껴있을 때면, 월요일 화요일이 부담 없이 지나가고 목요일 금요일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하!
내 염원대로 될 리가 만무하니, 가끔 있는 노는 수요일을 맘껏 즐기는 수밖에-
사실 공휴일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더 하는 건 없지만, 아기와 남편 그리고 나 세 식구가 함께할 수 있다는 행복에 월요일이 되면서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 수요일이 되었다.
아기가 돌이 되고 나니 접종할게 산더미여서 오늘 우리 가족의 첫 일정은 소아과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사실상 오늘의 일정은 소아과로 끝이었다.)
진료실 문 앞에만 가도, 전에 왔다가 눈물을 찔끔했던 기억이 나는지 앙앙 울기 시작하는 아기. 문이 열리자마자 다시 또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예방접종이기에, 우는 아기에게 주사를 콕콕 놓아주고 재빨리 진료실을 나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오늘이 끝인 줄 알았는데, 다음 주에 한번 더 방문해야 한다니..! 남은 한 주 동안 아기 앞에서 병원놀이를 해주면 두려움이 덜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사히 접종을 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함께 보내다가, 저녁약속이 있는 나는 아기와 남편을 두고 집을 나섰다.
요즘 엄마 껌딱지가 더 더 심해져서 아빠가 서운함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부녀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지닌 채로 말이다.
내일은 어느덧 목요일이다.
수요일이 쉬는 날이다 보니, 벌써 또 이번주가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월요일 같은 느낌이지만 목요일이라니, 너무 좋잖아?
평범하지만 잔잔한 행복이 잦게 깔려있었던 수요일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여든 번째 날이다.
이번주 토요일에 동네 공원에서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순간 오늘이 토요일이라고 착각하여 남편에게 ’지금 3시잖아? 이미 공연 시작했겠다! 빨리 나가볼까?‘하고 다급하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순간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해하다가, ‘여보야 오늘 수요일이야!’ 하고 대답을 해왔다.
’아.... 맞네! 오늘 수요일이지!‘
너무 토요일 같은 평온한 느낌을 받아 순간 오늘이 토요일이라고 착각해 버린 내가 너무 우스워 둘이 함께 웃음이 터져버렸다.
사실 오전에 소아과를 다녀오면서 남편이 오늘 꼭 토요일 같다고 이야기를 해왔었으니, 내가 이상한 건 아닐 거다. 그저 오늘이 수요일인걸 다시 깨닫고는 주말이 곧 다가온다는 사실에 다시 또 행복해진 나였다.
나는 뽀로로도 아닌데, 노는 날이 왜 이렇게 좋지!
문득 이렇게 노는 게 더 좋으려면, 육아도 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쁨 속에서 얻은 쉼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법이니 말이다.
내일은 육아와 일, 두마리 토끼를 잡는 하루를 보내봐야겠다. 내일도 우리 모두 으쌰 으쌰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