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82
‘안녕~’ 하면 손 흔들기, ‘사랑해요’ 하면 두 손을 머리로 갖다 대기, 곤지곤지, 짝짜궁, 잼잼, 뽀뽀하기, 원하는 것 손가락으로 포인팅하기 등-
요즘 아기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제법 다양해졌다.
말귀도 많이 알아듣고, 함께 상호작용하며 장난도 잘 치는 덕에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진 요즘이다.
1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뭔가를 다 안다는 듯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얼굴과 머리를 한 번 쓱 쓰다듬으며 말랑한 볼에 뽀뽀를 쪽- 하고 해 준다.
아기와 소통이 되지 않았던 몇 개월 전만 해도 아기를 놀아주는 게 분명 가장 어려운 일이었는데, 조금 더 컸다고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모습에 함께 노는 게 참 즐겁다.
요즘엔 아기가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찰싹 붙어있곤 하는데, 그것이 때론 가장 난감한 일이 되곤 한다. 집에 있으면서 할 건 많은데, 아기가 두 다리를 꼭 붙잡고 놓질 않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요즘 9kg가 되는 아기를 한 손으로 안은 채 집을 활보하며 집안일을 한다. 그러면 아기는 엄마 품에 안겨서 신이 나는지,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엄마 품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고 방글방글 웃어대며 예쁜 짓을 한다. 그렇게 아기를 계속 안고 있으면, 왼팔이 과연 내 팔이 맞을까? 싶게 아파오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 안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지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내하며 지내야지 싶다.
언젠가 아기랑 함께 있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졌을 때, 내가 아기의 입장으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내게 이 세상을 살도록 낳아준 엄마. 내 세상의 중심이자 전부인 엄마. 내 모든 걸 해주고 나를 즐겁게, 기쁘게 해주는 엄마. 절대 없으면 안 되는 나의 엄마.>
아기는 내가 전부였다. 아기의 세상이자 중심인 엄마가 본인과의 시간이 길다고만 생각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서운하고 슬플까? 생각하니 금세 미안한 마음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부터 나는 아기의 모든 행동, 말, 표정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으며 아기와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그래서일까- 원래 웃음이 많았던 아기가 요즘에는 정말 더 많은,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할 줄 아는 것도 참 많아지고, 나 역시도 아기와의 시간이 더욱더 소중하고 즐거워져서 그런지 엄마 껌딱지가 되어가는 아기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할 뿐이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나를 보기만 하면 찰싹 달라붙으려 하는 귀여운 내 딸.
(내가 S극보다 훨씬 무거운 N극이다보니, 보통 N극이 가만히 있으면 S극이 자동으로 찰싹 달라붙는다!)
우리 함께 영원히 N극과 S극으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아기가 없으면 안되는, 아기 껌딱지가 되어버린 것 같으니 말이다.
"아기야, 엄마도 아기가 세상의 전부일만큼 우리 아기가 너무 소중하단다! 엄마의 안전한 품에서 마음껏 뛰놀며 멋진 세상을 함께 경험해나가자! 많이많이 사랑해 우리딸!"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여든두 번째 날이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한 날로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꽤나 대견하게 느껴진다. 아직 끝맺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딱 하루, 12시를 넘기고 게시한 날 빼고는 언제나 자정이 되기 전에 글쓰기를 마친 뒤 업로드를 했으니 매일 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열아홉 번만 쓰면 100일간의 글쓰기도 막을 내리기 때문에, 다음엔 뭘 또 도전해 볼까 하고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무언가를 자의로 이토록 꾸준히 해본 적이 없어서, 육아를 하며 겸사겸사 시작하게 된 감사일기 덕에 매일을 알차게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어 좋기도 하고- 나의 가능성을 맛본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엄마의 힘일까!
아기 덕에 이렇게 나의 끈기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다음 무언가를 도전할 때에도 엄마의 힘으로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다음 도전은 또 무엇일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