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83
며칠 전 친구들과 만난 식당에서 어니언 수프를 먹었다.
짙게 캐러멜라이징 된 어니언수프에서 오랜 시간의 맛이 났다. 재료는 단출하지만 끓이는 데 시간과 정성을 오래 들여야 한다는 그 수프를 먹고, 나도 조만간 해봐야지 싶었다. 가을, 그리고 곧 찾아올 겨울에 딱 어울리는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었기에 말이다.
아기와 둘이 있을 땐 3-40분을 팬 앞에 계속 서서 저어주기가 어려우니, 남편이 함께 있는 토요일 시간을 빌려보았다.
찹찹찹찹 양파 세 개를 연이어 썰어대니, 내 눈에서는 줄줄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한 번 훔쳐주고, 버터가 잘 녹아있는 팬에 양파를 모조리 쏟아 넣고 살살 볶아주기 시작했다. 마녀 모자도 함께 썼다면, 마치 신비로운 묘약을 만드는 듯 한 느낌이 들었으리라!
아쉽게도 마녀 모자는 쓰지 못한 채, 중불에서 양파를 살살살 볶아주다 보니 어느새 양파가 점점 갈색빛으로 변해갔다. 맛이 어떤가 하고 하나를 집어 먹어봤더니, 정말 감칠 나게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구현되고 있었다.
정말 이 요리는 정성이 다 하는 요리구나를 새삼 다시 깨닫고, 남은 과정을 이어갔다.
오늘이 아닌 내일 브런치로 먹을 수프이기 때문에, 얼추 완성된 요리를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고스란히 보관해 두었더니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졌다. 언제든 냉장고 문을 열기만 하면 준비되어 있는 수프 때문에 말이다.
양파 세 개를 볶았지만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다음번에는 한 여섯 개는 볶아놓고 소분해서 보관했다가 꺼내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고생할 거, 한꺼번에 하면 좋으니 말이다!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맛있어지는 게 요리의 맛인 것 같다. 대충 해버리면 어딘가 심심하고 제 맛이 안나는 걸 보면 말이다.
다음엔 또 어떤 요리를 도전해 볼까?
시간만 있으면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러지 못하여 아쉬운 요즘이다. 아기가 조금 더 커서 엄마의 요리에 동참할 수 있을 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재미있게 놀아봐야지!
그나저나, 내일 먹을 어니언 수프가 무척 기대되는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여든세 번째 날이다.
얼마 전 아기가 피검사를 할 게 있어서 하는 김에 철분수치 검사도 함께 했는데, 예상대로 철분이 부족한 걸로 결과가 나왔다.
그 즉시 약국으로 가서 철분약을 산 뒤, 복용한 지 꼬박 사일 차가 된 오늘!
철분이 부족하면 식욕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그런가 싶게 전보다 밥을 잘 먹게 되었다.
내가 캐치하지 못했으면 그저 아기가 먹기 싫어서 그런 줄만 알고 속상해하고 있었을 텐데, 잘 먹지 않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휴- 이렇게 알아야 할 게 많다니!‘
아기를 위해 공부할게 다방면으로 쌓여가는 요즘. 좋은 엄마, 부족하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어 진다.
아기가 조금씩 커나갈수록 부모의 역할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좋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를 그렇게 키우셨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찡해지면서, 곤히 잠자는 우리 아기를 보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져본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우리 함께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든든하게 도와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