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85
나를 바라보는 아기의 눈빛과 행동이 점점 더 생기가 도는 요즘.
엄마랑 노는 게 재미있는지, 요즘에는 엄마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들을 끊임없이 가지고 와서 거실 바닥이 금세 책으로 뒤덮인다. 본인이 좋아하는 책의 특정 페이지가 나올 차례가 되면 벌써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본인이 원하는 걸 한껏 표현할 줄 알게 된 아기가 부쩍 더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육아 책을 다시 부단히 읽는 중에, 엄마아빠가 아기의 행동을 모방하면 아기가 좋아한다는 걸 보고 그 즉시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장난감 없이, 엄마랑 둘이 맨몸으로 노는 것이 아기의 애착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안 할 수 있겠는가! 원래도 아기를 웃겨주는 데에는 자신이 꽤나 있는 나였기에, 본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걸 아기가 얼마나 좋아할까 기대가 한가득이었다.
아기에게 먼저 '엄마는 이제 너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해볼거야~!' 하고 이야기해 준 뒤, 아기가 하는 행동을 관찰하며 하나하나 따라 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뭘 하는 거지, 하고 쳐다보다가 이내 본인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꺅꺅-!' 하고 웃기 시작했다.
아기의 손, 팔, 다리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 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신이 난 아기 선발대회에 나가면 1등을 거머쥘 만큼- 있는 힘껏 '꺅꺅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워했다. 방안 가득 채워지는 아기의 웃음소리에 나는 더 즐겁게 아기의 행동을 모방해 보았다.
이마에 땀이 나서 머리가 촉촉하게 젖을 정도로 놀아버린 아기. 그리고 진심을 다해 즐거움을 느낀 나.
남편이 퇴근하기 직전, 가끔 잘 가지 않는다고 느껴졌던 그 시간이 오늘만큼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아기의 귀여운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오늘은 내가 아기를 놀아준 게 아니라, 우리 둘이 즐겁게 논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여든다섯 번째 날이다.
점심이 되기 전, 우리 아빠가 갑자기 아기를 보러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약 세 시간 정도로, 아기와 함께 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할아버지가 오신 걸 눈치챘는지 금방 '으앙~'하고 잠에서 깨어났다. 아빠와 내가 점심을 먹는 사이 아기는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가 오신 것에 발을 동동 기뻐하며 어른들의 식사를 기다려주었다.
아빠께서 아기와 둘이 산책을 나갔다 오시겠다고 하여, 그럼 나는 일을 하고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음 편히 일 하고 있는 사이, 아빠에게서 동영상과 사진이 도착했다. 공원에서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나 하는 아기의 모습에 웃음을 한 번 지어보고, 다시 일하기에 몰두해 보았다.
일을 하면서 '아빠가 왜 아기와 둘이 산책을 나가겠다고 하셨을까?' 가만 생각해 보니, 아마 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도통 갖지 못하는 딸을 위해서 아기와 함께 외출을 감행하기로 결정하셨으리 생각이 드니, 날 생각해 주는 아빠의 마음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물론 아기와 산책을 원래도 좋아하시긴 하지만 말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아빠가 아기 데리고 나갔다 오길 잘했지~?' 하고 물어보신 걸 보면 아마 내가 생각했던 그 마음이 맞지 않았을까 싶다.
아기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아빠도 행복했던 오늘의 오후.
아빠가 나만의 시간을 주신 동안에 일을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약 40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마치 꿈만 같았다. (조금 짧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하!)
조만간 또 내게 이런 자유가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로 또 즐겁게 육아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엄마 아빠 찬스여, 내게 또 오라!' 하고 크게 외쳐보며,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