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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Oct 16. 2024

네가 곤히 잠든 밤에 우리는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86

매일 밤 1시 경이되면 나의 하루는 비로소 끝이 난다.


아기를 재우다가 남편도 함께 잠든 날에는 나 혼자 마지막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기를 재운 뒤 방에서 빠져나온 날에는 짧은 밤 시간을 보내다가 잠자리에 같이 든다.


백색소음만이 들려오는 캄캄한 방 안에서, 아기는 침대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잠을 자고 있다. 아기의 자리는 내 자리일 때도 남편 자리일 때도 정중앙일 때도 구석일 때도 있어서, 방 문을 열기 전에 '오늘은 어디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으려나?' 하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엄마아빠가 눕기 어렵게 애매한 곳에서 아기가 자고 있으면, 혹시 아기가 깰 수도 있으니 좁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편치 않게 뉘어본다. 거의 끼이다 싶게 누워있다 보면 '이래서 잠이 오려나~?'하고 불편함을 느끼곤 하는데, 그러는 찰나- 뒤척이며 자리를 옮겨주는 아기 덕에 자리가 금세 생기곤 한다.


편히 누워서 곤히 자는 아기를 바라보면- 늘 세상 가장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곤 한다. 들숨과 날숨에 귀여운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남편은 그 모습을 늘 가만히 지켜보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의 볼에 입을 살짝 맞추려 하는데- 반대편에 있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인다. 한 번 그렇게 하다가 아기가 깬 전적이 있으니 유의하라는 무언의 경고이다.


물론 뽀뽀를 가득 퍼붓고 싶게 예쁘고 귀여운 모습은 맞지만, 지금은 아기의 숙면이 더 중요한 늦은 밤이니 말이다. 나의 경고를 받은 남편은 조금 살짝 떨어져서 아기 냄새를 맡고 미소를 또 짓는다. 행복해하는 남편, 그리고 세상 무해한 우리 아기를 보면서 나도 같이 미소를 지어본다.


'이렇게 온전한 행복이 또 있을까?'


아기와 함께한 일 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이런 밤 시간만 되면 우리 둘에게서 태어난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우리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이 감정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앞으로도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느끼는 나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여든여섯 번째 날이다.


우리가 아기와 함께 자는 이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아기가 우리 함께 자는 침대가 불편하다고 말할 때까지? 혹은 우리가 불편해서 잠에 들지 못할 때까지?


신생아용 아기 침대를 처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기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우리.

요즘은 분리수면이다 뭐다 하는 이야기들도 많긴 하지만, 아기와 함께 살을 맞대며 잠을 자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해서 우리는 오래도록 아기와 함께 자려고 한다.


오늘 새벽에는 아기가 나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대고 자는 탓에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때론 잠결에 이곳저곳 굴러다니다가 픽 하고 누워버리는 아기의 머리에 맞아 아플 때도 있지만-


그렇지만-! 말랑한 아기의 살을 만지고 아기의 숨결을 느끼고 조금씩 커가는 아기를 눈앞에서 보는 이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기에, 이 또한 견딜 수 있는 불편함으로 여겨질 뿐이다.


오늘, 방 문을 열면 아기는 또 어디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을까?

곤히 자고 있는 천사 같은 아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가 곧 꿈나라로 찾아갈게 아기야, 잘 자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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