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ook Selene # 49 : by Curtis ]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유칼립투스
식물에는 별 관심이 없더라도
호주의 코알라가 참 (먹기) 좋아하는 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아주 이국적이고도 복잡스러운 이름에 비하면
들어본 이가 꽤 많을 것이다.
유칼립투스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
그 독특한 향을 맡아본 적 있으리라.
모기를 퇴치하는 유칼립투스의 향
에센셜 오일에도 사용되는 은은한 향이
기분을 평온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유칼립투스라는 식물도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무려 800여 가지
그 많은 종류 가운데
보통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유칼립투스는
1) 하얗게 바랜 듯한 색을 하고, 강한 향을 내는 블랙잭
2) 뾰족하게 귀여운 작은 잎들의 파블로
3) 커다랗게 동글동글 잎이 달린 폴리안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모양새를
모두들 유칼립투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800여 가지도 아니고,
3가지 정도의 다름을 하나의 이름으로.
세상에는 다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분류하여 기억할 수 없고,
단순히 나눌 수 조차 없다.
유칼립투스 정도로.
그 수많은 종류의 식물을 하나로 묶는다.
사람이라는 종류 역시도
크게는 성별로, 또는 인종으로 구분 짓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우리의 눈에는
한국/중국/일본 사람의 모습이 대체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그저 아시안(Asian),
조금 좁히자면 동아시아인 정도일 것이다.
유럽으로 여행을 간 나의 눈에는
누가 현지인이고, 누가 관광객인지
잘 구별할 수 없는 것처럼.
이러한 구분 짓기는
인간의 뇌가 무언가를 기억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므로,
앞으로 삶의 큰 변화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유칼립투스는 그저 유칼립투스로 기억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기억하기 쉬운 방법대로
최소한의 뇌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분야에서, 깊이가 다른 지식을 쌓으며.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만이 소중한 것일 테므로.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새삼 깨달으며.
세상은 너무나도 다양한
수십억 가지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공감하는
겸손의 자세로 새해에도 나아가기를.
세상에는 그렇게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도
나는 모른다, 유칼립투스
[Flower X Culture ]
Selene Edtor. Curtis
2018.12.28
더 북 셀레네는 매주 금요일에 발행되며, 여러 명의 에디터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