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튤립 May 10. 2024

갓 태어난 아기와 2박 3일 모자동실

배가 아파도 네가 너무 예뻐서 괜찮아

내가 출산한 삼성서울병원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모자동실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엄마가 너무 힘들면 신생아실에서 돌봐주시기도 하지만, 되도록 모자동실을 권한다.

출산 직후에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모자동실을 꺼려하는 산모들도 종종 있는 듯했지만, 남편과 나는 갓 태어난 귀여운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더 기대를 안고 있었다.


무사히 출산도 마쳤으니, 우리 세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 시작되는 두근두근한 순간이다!


10시 51분에 태어난 아기는 밖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아빠와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한 뒤 출생 후 검사를 하러 떠났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한참 지나도 나오지 않아, 남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나고 약 한 시간 이십 분 정도가 지나서야 침상에 실려 밖으로 나온 나는, 그토록 두려웠던 출산이 끝났음에 스스로가 너무도 대견했다. 내가 진짜 아기를 낳았다니!


아기가 막 나오고 '왜 아직 정신이 멀쩡하지? 후처치 할 땐 수면마취를 해주셔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눈을 떠보니 회복실에 누워 있던 나는, 하반신 마취가 잘 풀리는지 확인을 하느라 분만장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 시간이 꽤나 길었던 터라, 평소에 상상을 하지 않는 남편조차 오만 생각을 다 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진작 회복실로 나와서, 눈 말똥말똥 뜨고 잘 있었는데 말이다.


1인실 자리가 나지 않아 2인실로 병실을 옮겼는데, 병원에 있는 내내 2인실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우리 세 가족이 쾌적하게 함께할 수 있었다. 럭키!

병실로 이동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하반신 마취가 풀리길 기다렸고, 남편은 바쁘게 짐을 풀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준비해 온 D-day 달력도 D+1로 세팅해 두었다. 이제 주인공만 등장할 차례!

'아기는 언제 오지?' 하고 이야기하며 누가 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왔다! 왔다!' 하고 호들갑을 세 번 정도 떨고 나니, 진짜 우리 아기가 등장했다.



하얀 속싸개에 쌓인 쪼그맣고 사랑스러운 생명체. 건들면 큰일 날 것만 같은, 저 작디작은 생명체가 내 뱃속에 있던 아기라니, 다시 한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침대에 기대앉아있는 나에게 속싸개에 폭 싸여있는 아기를 건네주셨고, 아기를 안자마자 우주를 안은 듯한 신비한 기분을 느꼈다. 뱃속에서 크게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아기의 움직임이, 이토록 작고 느린 꼬물거림이었다니! 너무 신기해서 남편에게 '몇 시간 전에는 뱃속에서 움직임을 느꼈는데, 이제 내 품에서 느끼니까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 어떡해?' 하고 말했다.



아기가 태어난 후 2박 3일 동안 뜨겁게 아픈 수술부위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아픈 배를 이끌고 병동 복도를 느적느적 걸었다. 신생아실에 아기를 잠시 맡겨두고 남편이 부축해 주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복도를 계속계속 돌면서 아기 이야기로 가득 찬 대화를 나누었다. 신생아실 옆으로 지나칠 때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 우리 아기인 것 같은데? 왜 울지?'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도 나누었고, 당장에 모르는 것 투성인 초보 엄마 아빠이기에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 나누었다. 그렇지만 이런 걱정과 두려움을 다 덮을만한 무한한 행복의 감정이 가득했기에, 우리 둘의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아기와 함께하는 2박 3일 병실에서의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작고 투명한 통 안에 눈도 거의 뜨지 못한 채로 꼬물거리는 아기가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내면, 우리는 어떤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며 진땀을 뺐다. 다행히 소변과 대변은 기저귀를 확인해 보면 됐기 때문에, 아기가 울면 기저귀를 살짝 열어보고 아기의 불편함을 얼추 해소해 줄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기저귀 가는 법도 몰라 그마저도 간호사 선생님께 SOS를 요청했는데, 우리의 동동거림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기저귀를 가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마음속으로 경이로움을 표했다. 그리고 작디작은 아기가 꼬물거리는 탓에 모로반사를 막기 위해 싸놓은 속싸개가 자꾸 풀려 난감했는데, 계속 연습해 보니 점차 탄탄하게 고정이 되어 안정적으로 아기를 감싸줄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것 투성인 엄마 아빠였지만, 아기의 생활을 처음부터 함께 해보니, 조리원으로 가는 셋째 날에는 아주아주 초보엄마아빠 딱지는 얼추 뗄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모자동실을 고민하는 엄마아빠가 있다면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다. 갓 태어난 아기와의 동침은 상상 그 이상으로 행복하다. 아픈 것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말이다!


(ps)

1_ 제왕절개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겠다고 아픈 배를 이끌고 계속 움직인 덕인지, 아픈 것이 금세 좋아졌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회복이 정말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파도 계속 움직이면 조금씩 나아진다.

2_거동이 어려웠던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도와주고, 갓 태어난 아기의 케어를 진땀 흘리며 열심히 해준 남편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우리 세 가족 앞으로 파이팅!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