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든 게 연민이라, 스스로 내 의지를 고양하듯 주변의 기특한 일들을 찾아봅니다. 민정 씨의 소박한 고민이 기특하고, 손바느질로 찻잔 받침을 깁는 손끝이 기특하고, 틈새로 초록 풀잎들을 틔워 낸 깨진 보도블록들이 기특하고, 신호등을 지켜 옹송옹송 서 있는 선량한 발길이 기특하고, 우편배달부들이 기특하고, 청소부도 빵장수도 기특하고. 이렇게 자신을 안고 나가는 소박한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 김수우, 김민정(지은이), <나를 지켜준 편지>, 열매하나, 2019
어젯밤 늦게 쇼핑앱에 들어가 이것저것 식재료를 넣고 새벽배송 버튼을 눌렀다. 오전 6시가 되기도 전에 문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는 문을 열어보았다. 주문한 품목들이 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새벽녘에 집 앞에 물건들을 놓고 간 택배기사님의 기특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의미하고 당연한 일들이 의미 있고, 기특한 일로, 감사한 일로 변한다. 김수우 님이 적어 내려 간 위의 문장에서 이 마법 같은 진리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