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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Aug 12. 2024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p.86) 뭐든 남들보다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문제없어요.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걱정할 거 없어.

.....

그것이 순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단순하고 시시해서 싱겁게 여겨지는 그 말이 왜 항상 일렁이는 마음을 단번에 진정시키는지도.


- 김혜진, <목화맨션>, <<축복을 비는 마음>>, 문학과 지성사, 2023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야 하는데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내가 받았던 위로의 말들을 떠올려 본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잘해보자"

"너만 그런 게 아니야."

....


15년을 넘게 함께 일했던 동료는 내가 힘든 일이 생길 때면 늘 회사 구석 회의실로 나를 데려가서, "잘 먹고 건강만 챙기면 돼"라고 말했다. 그때는 나의 힘든 일이랑 밥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단순하고 시시해서 싱겁게 여겨지는 그 말'이 가장 귀한 위로의 말이었다. 밥 잘 먹고 기운 차리면 몸에 생기가 돌고 다시 뭐든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그 동료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밥 먹기 싫다는 이에게 굳이 밥 한술 떠 먹이려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튼튼한 엔진이 나에게 장착되어 있다는 거다. 밥심으로만 세상을 살 수는 없겠지만, 밥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밥 잘 먹고 오늘 나에게 올 무수한 공격들에 "그러라 해~"라고 쿨하게 넘기고 뚜벅뚜벅 이 세상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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