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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했다.
"글쎄."
막연했다. 순례 씨, 길동 씨 부부, 박사님, 원장님, 2학년 담임쌤...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은 금세 꼽을 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 유은실, <순례주택>, 비룡소, 2021.
어릴 땐 어른이 되고 싶었나 보다. 엄마의 뾰족 구두를 신고 마당을 오가기도 하고, 엄마 옷을 입고 핸드백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마치 예쁜 어른이 된 것처럼 소꿉놀이를 했다. 설마 나만 그랬을까. 대부분 어린 시절에 그런 기억들 하나쯤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을 거다.
해가 가고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그리고 4로 바뀌고 5를 맞이하는 때를 앞두고서 나이만으로 어른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멋모르고 빨리 시간이 가서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의 마음은 어른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몰랐기에 가능했지 싶다.
내가 과연 어른인가 아닌가 갈팡질팡할 때, 순례 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도 좋다.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
누군가에 기대거나 기생하여 사는 게 아니라,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
여기에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라는 마음 하나 더하면 더 좋은 어른이지 싶다.
그러기에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순례 씨가 말하는 "어른"의 정의는 '아이를 진정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도 알려준다.
아직도 커나가야 할 날이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를 매일 질문하면서,
나는 순례 씨의 말을 되뇐다.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쓰고,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키우는 것,
여기에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마음과 실천력을 가지는 것,
이것을 목표로 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