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성찰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카카오스토리를 종종 들어가 본다. 첫째가 네 살 때부터 일곱 살까지의 모습, 둘째가 태어나서부터 어린이집 들어간 네 살까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요즘에야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많이 올리는데, 그때 그 시절에 육아맘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인스타그램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카카오스토리가 대세였다. 아이들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과 그때 내가 느꼈던 느낌과 감정들이 기록으로 담겨 있어 가끔 들어가 시간여행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과 몇 줄의 글을 남겨놓았기에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이 남아 현재에도 함께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카카오스토리에 담긴 2014년 1월 13일의 사진과 글은 아이의 방학을 마무리하는 워킹맘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원이 (유치원) 방학숙제 중 종이 접기로 곰돌이를 만드는 게 있었다. 오늘 개학인데 어젯밤에 보니 방학숙제는 아주 많이 남아있고.. 워킹맘인 난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게 내 탓인 것 같아 맘이 급했다. 지원이랑 숙제 중 하나인 곰돌이 접기를 하다 나 혼자만 다 만들고 그걸로 붙이자고 했더니 지원이 입은 오리가 되었다. 자기가 완성하고 싶은데 엄마 혼자 하니 속상했나 보다.
‘엄마 풀 가지고 올게’하고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내가 접어놓은 곰은 풀린 채 구겨져 있었다. 난 화가 나서 지원이 혼자 접어서 붙이라고 하고 지원아빠한테 나 지원이랑 이러이러하니 가서 지원이를 위로하라고 했다.
오늘 퇴근하니 지원이가 편지를 써서 나에게 건네준다. ‘엄마가 만들 어떤 곰인형 뿌서도 대. 다시 만들면 대니까’
‘그래... 다시 만들면 되는 것을 아이에게 화를 냈구나...’ 난 아이만도 못해 얼굴이 붉어졌다. 한 템포 쉬며 천천히 하자.”
다섯 살 딸이 A4용지 위에 연필로 꼭꼭 눌러쓴 글씨와 엄마에게 사랑고백하며 함께 건네 준 카드는 지금 봐도 사랑스럽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걸 알려준 딸이 고맙다. 하나에 매몰되어 다른 것을 못 본채 지나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2014년 1월의 일주일 유치원 방학이 나에게 알려준 삶의 지혜였다.
워킹맘이었던 시절, 나는 아이들의 방학을 한숨으로 시작했었다. 평소보다 30~40분은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시락, 점시도시락, 오전간식, 오후간식까지 식탁 위에 쌓아두고 출근을 했었다. 밥은 이렇게 해결한다 해도 하루 종일 아이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과업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는지가 늘 걱정이었다. 아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는 만큼 아이들은 자랐고 믿는 만큼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갔다.
전업주부로 맞이한 아이들의 방학은 또 다른 시험이다. 워킹맘일 때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없어 어려웠다면, 지금은 모든 것이 보여서 괴롭다. 청소년이 된 아이들의 행동을 보아도 보지 않은 척 넘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이 또한 하나의 수련이리라. 이 수련을 통해 나는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