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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Sep 15. 2021

직장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세대(3)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직장은 원하는 삶을 위한 경제적 수단을 제공하는 곳일 뿐


직장 생활에서 개인적인 삶의 질을 생각하는 쪽으로 관심사의 변화는 직장인들의 사고와 행동에도 변화를 미치기 시작했다. 우선 직장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5년 후를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다 보니 지금은 누구도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젊은 사람들은 없다. 그렇다 보니 예전에는 직장이 늙어 죽을 때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필요한 수입을 충당해 줄 수 있는 경제적 원천이라 여겼다면 지금의 미래 세대는 직장을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경제적 보조 수단’ 정도로만 여긴다. 쉽게 말해 돈줄로만 본다는 것이다.


직장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다니는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그나마 원하는 삶을 살기도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장이 나를 배려해 주고 내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니 마음은 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크다.


기성세대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무척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그들은 차갑다. 뜨거울 이유가 없으므로 말이다. 직장이 그들을 뜨겁게 만들지 못하므로 그들 역시 뜨거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청춘을 다 바친 대가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얻을 것 다 얻은 기성세대가 일에 ‘혼’이 없다며 못마땅해 하는 것을 오히려 이기적이라 여긴다. 앞서 애사심이 없는 직장인들에게 왜 그만두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많은 답은 ‘당장 이직할 곳이 없어서’라는 것이었다. 그 비율이 무려 63.4%나 된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이직을 준비 중이어서’라는 답으로 24.6%를 차지했다. 90% 가까운 미래 세대가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결국 직장은 내게 필요한 경제적 소모를 충당하기 위한 수단일 뿐 절대 영혼을 팔아야 하는 충성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가지고 있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칼자루를 미래 세대는 자기가 쥐려고 하는 것이다. 조건이 좋으면 머물러 있지만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떠날 수 있다. 한 번 달다고 삼킨 것이 상황이 바뀌면 쓴맛이 되어 언제든지 내뱉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회사에 충성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여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충성심이나 애사심을 요구한다는 건 시대의 흐름을 정말 읽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도대체 애사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라며 질책해봐야 소용없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세대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이 된 건 꽤 오래전이다. 과거 세대는 월급도 적고 일의 성취감도 느낄 수 없고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만 받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어느 사이 공무원은 ‘공시족’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노량진에서 컵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고생을 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 중 무려 37.4%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기간도 평균 2년 정도가 된다. 그런 세태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는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안타깝다는 시선을 보내지만 젊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에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말한 것처럼 그들은 직장 생활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직장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적 수단을 제공하는 곳일 뿐이다. 그런데 사기업은 늘 리스크가 존재한다. 고용에 대한 불안 말이다. 삶을 나름대로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소비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한데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없게 되면 그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하게 된 것이고 그 눈에 들어온 것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다.


공무원의 매력은 잘리지 않는 데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하거나 월급을 줄이지도 않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내보내지도 않는다.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이 아닌 이상 누구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철밥통을 깰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삶을 지탱하기 위한 자금을 꾸준히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공무원 만한 것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공무원은 충성심이나 애사심을 요하지도 않는다. 사기업의 경우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충성심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회사에 애사심도 없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을 높은 자리, 중요한 자리에 앉히려고 하는 기업은 없다. 네이버 인터비즈의 ‘팀장 클럽’이라는 카페에는 ‘업무 열정도 없고 협업의 지도 없이 칼퇴 하는 사람을 승진시켜야 할까?’라는 고민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높은 사람이 부르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새벽 2시든 3시든 불문하고 달려가고, 높은 사람이 원하면 쉬는 날에도 같이 등산을 가는 등 조직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높은 사람이 원하면 머리에 넥타이를 두르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속으로는 충성하는 마음이 거짓일지라도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고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비록 돌아서서 ‘염병할’하며 욕을 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충성의 대가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눈이 아프도록 봐왔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날 평소처럼 출근했다며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정신 나간 사람도 봤다. 부모를 팔아먹을 정도로 충성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준 대가로 그는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공무원 세계에는 적어도 이런 것이 없다. 공무원들도 과거에는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 조직장이 등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되고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허구한 날 술시중을 들지 않아도 된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승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나 외부인을 이용한 정형화된 평가에 의해 승진이 결정되는 등 승진체계가 투명해지면서 윗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이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는 상사의 인사고과 평가인데 조직이나 상사에 충성하지 않아도 공무원 세계에서는 잘릴 염려가 없다. 최악의 경우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정년까지 버티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철밥통인 것이다. 단순히 고용의 안정 때문이 아니라 조직에 대해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매력,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승진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공무원에 지원자가 몰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라고 봐야 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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