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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Sep 17. 2021

직장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세대(5)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기업이 먼저 달라져야 직장에 대한 사고도 달라질 수 있다


미래세대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미래 세대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출발부터 진흙탕에 뒹굴며 절망을 맛보아야 하는 세대이다. 그들이 앞으로 뛰어가야 할 운동장도 다르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른 땅에서 마음껏 달려온 사람들이 질퍽거리며 뛴다며 제대로 뛰라고 훈계를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그들에게 정당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해 주고 직장 생활을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기업으로써 기업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기업을 굴러가게 만드는 직원들도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을 하면서 총수 일가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지분가치가 10억 원이 넘는 어린이 주주가 28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모두 기업 오너의 손자나 손녀라고 한다. 2019년에는 17만 2,942명의 미성년자가 총 2,889억 원의 배당을 받아 1인당 5억 7,000만 원의 배당소득을 올렸다고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기업 오너의 피붙이다. 이런 기사를 보는 젊은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셀트리온처럼 회사에 충성한 대가로 자기주식을 받아 수억 또는 수십억의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직장 생활에 시큰둥할 젊은 사람들은 없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자신은 가난해지고 오너는 대를 이어 더욱 배부르게 되는 현실이 직장 생활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전적으로 기업의 책임만 될 수는 없다. 집값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므로 말이다. 하지만 기업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려 해야 한다. 그들의 노력에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그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리후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한 달에 200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쥐꼬리만한 월급을 주면서 젊은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져서 중소기업에는 안 온다는 식의 소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그만큼은 받는데 그 적은 돈을 받으며 누가 지방에 가서 근무하고 싶어 하겠는가? 젊은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열정페이만 요구하는 자신의 양심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자주 보는 게시판에 수많은 퇴사 사례가 등장한다. 어떤 사람은 출근한지 30분 만에 조용히 짐 싸 들고나가는가 하면, 첫날 근무를 다 마치 지도 못한 채 점심시간에 퇴사한 사람, 이틀 만에 퇴사한 경력직, 점심 먹으러 집에 다녀온다고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사례가 정상적으로 회사를 다닌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상당수가 회사를 그만둔 사람을 옹호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일하러 온 사람들이 말도 없이 하루 만에 혹은 하루도 못 버티고 퇴사한다는 건 사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회사가 문제라며, 돈 버는 것보다 그 회사에서 나가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변호가 줄을 이었다. 25년간 직장 생활을 한 내 입장에서는 노력을 해도 여전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어쩌면 댓글에 달린 것처럼 그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적응하고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아니다’ 싶으면 빠른 결정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니까.


댓글을 쓴 사람들은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한 것일 것이다. 그래도 어린 애도 아니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 하루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정도라면 회사에도 문제가 많은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책임은 무한으로 지우면서 월급은 입에 풀칠할 만큼만 준다면 누구도 그런 기업에서 오래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세대의 생각은 과거 세대와 다르다. 특히나 직장과 개인적인 삶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 우선순위가 확연히 바뀌어버렸다. 그들은 마치 돈을 받고 전쟁터에 나서는 용병과 다를 바 없다. 용병들은 받은 돈의 가치만큼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 미련 없이 다른 전쟁터를 찾아 떠난다. 요즘 신세대들이 직장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용병과 다를 바 없다. 그러한 그들에게 과거 세대에게 하듯 맹목적 적인 충성이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과거처럼 줄 거 안 주면서 열정만 바라서도 안 된다. 지금도 우리나라 기업에 얼마나 많은 열정이 남아 있는가?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더 많은 기업이 열정을 담보로 젊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따져보면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들의 노동력을 갈취한 것이다.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 세대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갈취 당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건 안정적인 삶이다. 지금 나이 든 세대의 바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직장은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적어도 일을 하면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결혼하고 애를 낳아 기르고 집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정당한 보수를 통해 보상을 받고, 그것을 통해 직장을 단순히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라 여기지 않고 같이 성장하는 조직으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장을 통해 자신의 전문역량을 쌓고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직장 생활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여기면 회사를 떠나는 것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1년 내 퇴사한 비율은 2010년에 15.7%에서 매년 올라 2016년에는 27.7%까지 올랐다. 입사 직원 4명 중 한 명은 1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동일한 조사 자료는 없지만 2019년에 조사된 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퇴사자 중 46.8%가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내세운 주요 퇴사 원인은 ‘이직’, ‘업무 불만’, ‘잦은 야근으로 인한 워라벨 불가’ 등으로 앞서 말한 내용과 다를 바 없다.


2021년 초에 ‘사람인’이 직장인 1,8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연봉이 적어도 워라벨이 좋은 기업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직장에 대한 개념과 사고가 이 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것인데 문제는 그 사고와 현실이 달랐을 때 똑똑한 사람, 하이 퍼포머(hi-performer)가 먼저 나간다는 것이다. 기업과 그 안에 있는 기성세대가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은 더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정부 나름대로 미래 세대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과 10년~20년 사이에 집값이 구름을 뚫고 하늘 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솟구쳤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청년수당이나 취업수당이니 하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쓸모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세금 부담만 늘리기보다는 미래세대가 직장 생활을 통해 미래를 안정적으로 가꾸어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이 든 세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도 취업을 통해 경제적 수입을 창출하고 착실하고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 적어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집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도록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가 마음 놓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름으로써 인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고 안타깝게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달은 보지 못한 채 손가락에 낀 때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국가의 경쟁력은 정치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기업의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의 GNP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G7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것이 반짝 한 해에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려면 끊임없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수밖에 없고 그 근간이 되는 직원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업도 국가도 상대에게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를 책임질 미래세대가 어떻게 하면 보다 직장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충실하게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게 만들지, 그들이 가진 역량을 어떻게 끌어내어 활용할 것인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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