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조바심에서 벗어나기
3단계: 조바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
순간적인 조바심을 극복하기 위한 세 번째 단계의 조치는 즉시 조바심 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조바심을 느낄 때 가장 좋지 않은 대응책 중 하나가 계속 머릿속으로 상황을 되새기는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가만 놔두면 우후죽순처럼 자라난다. 부정적인 생각은 조바심을 더욱 부추길 뿐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나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행동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조선시대 관료 중 하나인 윤회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자. 당시 윤회가 모시고 있던 임금은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세종대왕이었다. 왕이 밤낮없이 일에 미쳐 지냈으므로 신하들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던 중에 윤회가 모친 상을 당했다. 당시에는 부모상을 당하면 벼슬을 그만두고 3년 상을 지내야 했는데 일에 미친 세종이 3년을 기다릴 수가 없자 변칙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모든 공직자는 3년 상 대신 딱 100일만 상을 지내고 다시 관직에 복귀하라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들은 윤회는 펄쩍 뛰며 반대한다. 그러자 세종이 윤회에게 한 말이 다음과 같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3년 상을 치러도 슬픔이 가시지 않기는 마찬가지야.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일을 해보니 그것처럼 슬픔을 잊기 좋은 방법은 없더구먼. 슬픔을 잊는 최고의 방법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야. 그러니 어서 복귀하게.”
다소 야박하고 일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종의 말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슬프다고 해서 그 상황을 계속 유지하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신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많을수록 슬픔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계속 생겨난다.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환자가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이유도 혼자 갇혀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슬픔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황을 벗어나 다른 상황을 접하는 것이다. 모친의 묘에서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복귀해서 바쁘게 일을 함으로써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슬픔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조바심을 잊는데도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미국의 신경학자인 제임스 파페즈(James Papez)는 감정의 경험이 대뇌피질 영역과 더불어 대상피질에서 유발되는 신경 활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뇌의 가장 바깥 부분에 위치한 대뇌피질은 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관여하고 그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변연계는 감정적인 정서를 처리하는데 관여한다. 이 두 개의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두 영역을 연결해주는 도로를 파페즈 회로(Papez Circuit)라고 이름 붙였다. 이 파페즈 회로로 인해 감정이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 이성적인 판단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이 부정적인 사고의 증폭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을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정서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신체의 감정 종합통제센터라고 할 수 있는 시상에 도착하면 시상은 그 정보를 대뇌피질과 시상하부로 전달한다. 시상하부로 전달된 정보는 전시 상핵을 거쳐 대상피질로 전해지고 그것은 다시 대뇌피질에서 보내는 정보와 결합되어 해마로 전달되며 뇌궁을 통해 시상하부로 전해진다.
이 회로에서 각 부위의 역할을 보면 대상피질은 감정의 경험을 담당하고 시상하부는 감정의 표현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뇌피질은 그 감정에 채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즉 어떠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을 대상피질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을 시상하부를 통해 표현하며, 그것이 좋은 것이다, 혹은 나쁜 것이다, 악몽과 같은 것이다 하는 것을 결정짓는 일을 대뇌피질에서 하게 된다.
파페즈 회로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폐쇄적인 연속 흐름을 가지고 있다. 폐쇄적이라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한 번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시상하부와 대뇌피질을 오가는 이 순환 회로를 반복하면서 점점 더 감정이 두텁게 덧칠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사건들은 해마에서 정보의 분류와 의미부여 작업을 거쳐 변연계에 자리한 편도체에서 감정을 입힌 후 대뇌피질에 저장된다. 파페즈 회로에서 감정의 흐름이 반복되는 동안 대뇌피질을 거치면서 과거에 쌓였던 부정적인 기억이 되살아나 꼬리를 물고 딸려올 수 있다. 이 기억들은 다시 시상하부를 거치면서 감정의 증폭 과정을 겪게 되고 다시 대뇌피질에서 관련 없던 과거의 기억이 부정적인 기억을 끌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다른 생각으로 번지게 되고 감정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자꾸 덧칠하면 할수록 그림을 망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바심을 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경험이 있겠지만 조바심은 내면 낼수록 점점 더 커진다. 처음에는 가벼운 걱정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심한 증상으로 발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점점 더 조바심이 커지는 이유도 파페즈 회로의 부정적인 순환과 관련되어 있다. 생각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감정에 물감칠이 더해지고 그것이 쌓여 더욱 큰 불안감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할 때는 초조함이나 불안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나쁜 방향으로 흐르기 전에 서둘러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가만히 놔두게 되면 이러한 생각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정신을 황폐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차를 몰고 가다가 길이 막힌다고 해보자. 차 안에 앉아 욕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이 내뱉는 욕은 자신의 귀로 들어가 정신만 피폐해지게 만들 뿐이다. 이 때는 주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나 지하철 등 막히지 않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약속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적거릴수록 시간만 지나고 조바심만 커질 뿐이다. 상대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할 수 있다면 그러한 조치도 필요하다.
나처럼 정해진 강의 시간에 늦을까 봐 조바심이 날 때라면 미리 주관부서에 연락을 취해 대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혹시라도 늦어지는 시간만큼 시간을 메꾸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편이 낫다. 사전에 솔직히 상황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면 그나마 비난이 덜 할 수 있지만 조바심이 난다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는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조바심의 증폭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기쁘거나 즐거운 것 혹은 긍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안 좋았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조바심의 감정에 어두운 물감을 덧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조바심을 느끼는 상황에서 일이 잘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생각에서 벗어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막히는 차 안에 앉아 있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듣거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가볍게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다. 또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 같은 것을 보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야 할 일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여 주의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하려면 햇빛을 쪼여주어야 한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는 자주 곰팡이가 필 수밖에 없다.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에 놓여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차오르게 마련이다.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지를 양지로 만드는 것이다. 햇빛을 쬐어 주면 곰팡이는 자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정신세계에도 햇빛을 쬐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질 수 있다.
물론 3단계의 행위는 1, 2 단계가 전제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태평스럽게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먼저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여 그것에 이름표를 붙인다. 그다음 적극적인 인지 전환을 통해 조바심의 감정을 누그러뜨린다. 이렇게 2단계까지 오면 3단계를 시행하기가 수월 해진다.
정리하면 3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조바심 나는 상황이 잘 해결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와 같이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또는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릴 수 있는 물리적인 활동을 한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조바심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머릿속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