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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Oct 27. 2022

사랑받는 곳에서 일하세요

사랑이 다 한다

"사랑받는 곳에서 일하셨으면 좋겠어요."


쿵.

이동 중인 조용한 차 안, 남해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가 건넨 말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단 한 번도 회사 또는 직장이라는 공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본 적이 없기에, 직장과 사랑의 언어적 조합은 도무지 나에게 다가올 수 없는 낯선 것이었다. 애사심이랄지 애국심이랄지 그 어떤 집단적인 형태를 일단 경계하고 보는 나의 특성상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덜컥 내려앉더니 좀체 가시지 않고 자꾸만 까슬까슬하게 걸렸다. 아주 커다란 질문을 던진 채.


ㅡ나는 사랑받는 곳에서 일하고 있나?

ㅡ나는 환대받고 있나?


아니, 아닌 것 같아.

씁, 근데 있잖아. 몇몇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긴 해. 이 사람과 저 사람만큼은 나를 믿어주고 있어.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어. 그럼 맞지? 나 사랑받고 있는 거!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아울러 이제는 나도 그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더 힘껏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몽글몽글 솟았다.


힘들죠? 힘내요.

뭐 도와줄까요?

고생하는 거 알아요.

나는 이해해요.

같은 질감의 문장들을, 일터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뱉으리라 다짐했다.



2박 3일간 남해 팜프라로 출장을 다녀왔다. 팜프라는 한반도 끝자락에서 시골살이 워케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찐로컬 스타트업. 이곳에서 삼우실 작가로서 수다회와 음감회를 진행하는 동안,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과 사담을 나누는 동안 사랑에 관해 곱씹었다.


남해 두모마을과 팜프라를 사랑하는 유지황 대표의 마음, 자연을 사랑하는 권월 작곡가의 마음, 그들을 애정하는 나의 마음, 삼우실을 애정하는 팔로워들의 마음이 말캉말캉 뭉쳐지면서, 여기 모인 사람들과 생명들(팜프라의 고양이 '낑깡' 포함)과 사물들이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 사랑이구나.

박해영 작가가 <나의 아저씨> 대본집 표지에 새겨둔 "사랑이 다 한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그래, 사랑이 다 하지. 남해로 떠나기 전, 응어리졌던 서운함들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어때, 내가 사랑하면 됐지. 어때, 내가 사랑받으면 됐지. 때로 고민은 순식간에 흩어지는 법이다.


+ 남해 팜프라 시골살이 워케이션 강력 추천합니다.

https://lnkd.in/gW6Vqw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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