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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Aug 19. 2021

모녀 케미(1): 엄마편

내 친구 코봉이

성격이 잘 맞는 친구가 따로 있듯, 부모 자식 간에도 케미가 중요하다. 아무리 천륜이라도 케미가 안 맞으면 관계가 삐거덕거리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엄마(이하 코봉 여사라 부르겠음. 어렸을 때 하도 콧물을 흘려싸서 코봉으로 불렸다 함^^)와의 케미는 뭐랄까, 지구 핵을 뚫었다고나 할까ㅋㅋ 서로의 생각을 관통할 정도로 너무 잘 맞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개그 코드가 비슷해서 그렇다. 배우 이미도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가족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미도가 야자수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 근데  야자수를 기어오르는 뭔가가 있어서 눈 부릅뜨고 보니 뭐야, 엄마였어?ㅋㅋㅋ 아니 이미도씨 어머니 왜 나무를 타시는데! 댓글창이 난리가 났다. "이 집 유전자 왜 이래ㅋㅋㅋ 딸도 엄마도 웃겨ㅋㅋ"


그리고 그 사진을 보자마자 번뜩인 생각은,

우리 엄만데?ㅋㅋㅋ



엄마와 20년간 대면 동거, 10여년간 비대면 동거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늘어놓자면 끝이 없지만 최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회사에서 내 업무는 초저출생 콘텐츠 총괄이다. 기사도 쓰고 기사를 잡아주기도 한다. 첫 기사가 나와서 엄마에게 기사 링크를 보냈더니 댓글 어떻게 다는 거냐고 성화다.


"뭔 댓글이여(나 충청도 출신^^), 안 달아도 도ㅑ~"


라고 대꾸했더니 네이버 회원가입한다고 온종일 끙끙대신 모양이다. 밤에 화장실에 있는데 또 연락이 왔다. 로그인 어떻게 하는 거냐고. "달지 말라니까 그랴."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고 툭 끊었다. 그렇게 정리된 줄로만 알았다. 다음날 또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아, 오늘 볕이 참 따사롭네, 낭만을 누리면서.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좋은 댓글 달아주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 또 끙끙대시는 소리였다. 아니 사람이 왜 이렇게 집요해ㅋㅋ 이번에도 하지 마시라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러자 다짜고짜 엄마가 하는 말.

"어젯밤 똥은 잘 쌌냐?"


아니 갑자기 웬 으로 급발진을 ㅋㅋㅋㅋ 그런데 엄마도 나름의 이유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날 밤 사건의 재구성


엄마: 댓글 어찌 다냐.
뚜루: 달긴 뭘 달어. 달지 말어.
엄마: (샌드위치 비닐 뜯으며) 댓글 어찌 다냐.
뚜루: 아, 나 지금 X 싸!!!
엄마: (샌드위치를 입에 물다 말고) !!!!!!


하필이면 엄만 왜 화장실 있을 때 전화를 해가지고ㅋㅋㅋ  진지 잡수시는 엄마 입에 똥을 투척한 불효녀가 되고 말았..


이거 말고도 극강의 스토리가 많은데 차차 풀기로 하고. 중학생 때 모녀의 케미가 지구를 뿌셨던 순간을 전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



학교 일진에게 맞은 적이 있다.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가 일진 엄마들을 전원 소집하고 학교를 홱 뒤집어놓으며 한 말.


"내 딸 건들면 나는 가만 안 있어!!!"


나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코봉이... 싸랑한대이!!!



* 커버사진 출처: KBS <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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