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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Oct 06. 2021

'질문하는 아이'로 키워야 하는 이유

호기심=사랑

책을 읽는 이유는 질문하기 위해서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그랬다. 책을 읽는 이유는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그렇다면 왜 질문을 해야 할까.


바탕(본질) 質, 물을 問. 질문의 사전적 의미는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물음'이다. 그러니까 질문은 곧 알고자 하는 욕구, 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꼭 책 때문이 아니어도 우리는 삶속에서 숱한 질문들을 마주한다. 질문은 나를 상대방에게 데려다주기도 하고, 상대방을 나에게 끌어오기도 한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궁금증이 일면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질문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자 탐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위대한 지적 활동에 슬슬 시동을 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만 30개월 꼬마 되시겠다. 그래, 걔. 우리집 2호 쪼꼬미.


출근하는 날 아침, 아이들 아침상을 차리려고 부스스 눈을 뜨는데 뙇! 2호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아오ㅠㅠ 왜 벌써 깼어?!) 속으로 한탄하고 있는데 눈을 말똥말똥 반짝이며 2호가 하는 말.


2호: (쪽쪽이 물고 생긋 웃으며) 엄마 잘자떠?

뚜루: !!!(너무 귀여워서 심쿵) 응, 잘잤지.    ○○이도 잘잤어?

2호: 응. 잘자떠.


2호에게서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다. 감동. 하루는 애 셋이 회사 앞으로 놀러왔는데 마침 가랑비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1인 1우산을 쓴 아이들 곁에서 대수롭지 않게 걷던 나는 2호에게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2호: (우산을 들어올리며) 엄마 우산 업떠?

뚜루: !!!(감격의 심쿵) 응. 근데 괜찮아. 엄만 안 써도 돼.

  

1호와 3호는 애미가 비를 맞건 말건 직진 본능으로 앞서 걷는데, 내 곁에서 발맞춰 걷던 2호는 나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새삼 깨달았다. 아, 질문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나오는 거구나. 상대방을 사랑해야 질문이 나올 수 있구나.


그런데 가끔은 2호의 사랑이 지나칠 때도 있었으니. 아이들이 깊이 잠든 한밤중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들어간 직후였다. 화장실 문을 반쯤 어놓은 채 또르르르르,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등장하는 2호.


2호: (뚫어져라 보며) 엄마 쉬 다 해떠?
뚜루: (경악) 으응...
          (악! 그런 건 좀 물어보지 마ㅋㅋㅋㅋ)


2호의 질문 투쟁(?)을 통해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대학교 생활이다. 어떤 수업을 듣든지,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의 수업일수록 늘 일찍 가서 맨 앞자리에 앉았더랬다. 교수님의 눈을 똑바로 (거의 노려) 보면서 1수업 1질문을 하곤 했는데, 정말 궁금해서 질문한 것도 있지만, 뭐라도 질문해야 할 것만 같아서 질문한 적도 많았다.


졸업 후 질문하는 직업인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언론고시를 준비했다. 그때 언론사에 낸 자기소개서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지원동기 읽고 웃겨죽는줄? (아이고, 김뚜루 한자도 잘 모르면서 꼴깝을 떨고 있네ㅋㅋ) 한자 남발 행태를 보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지원동기 및 입사포부


疑問堂. 제 마음 속에 위치한 작은 공간입니다. 본래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생들의 공부방에 내건 현판이지만, 저에게 의문당은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사적 공간입니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매사에 질문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저의 엉뚱한 질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당혹해 하셨으나, 대학교라는 열린 토론의 공간에서 제가 던졌던 질문은 논의를 확장시키는 촌철살인과도 같았습니다.


이처럼 저는 세상사(世上事)에 대한 줄기찬 호기심을 기자라는 업(業)을 통해 풀어내고 싶습니다. 습관처럼 굳어진 호기심을 바탕으로 문제제기 능력을 발휘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뛰어난 자질은 습관으로부터 나온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금언(金言)처럼, 질문하는 습관은 좋은 기사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저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4800만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보도하는 것 역시 기자가 지닌 매력입니다.


  『大學』에는 '진실로 그 중심을 잡는다'는 의미의 '윤집궐중(允執厥中)'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치우쳐서 편협함이 없고, 지나침이나 부족함이 없음을 뜻하는 중(中)은 기자정신의 정수(精髓)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의 구성원이 된다면, 윤집궐중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의문당(疑問堂)’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맨 오른쪽 내 대퇴부와 누나 손을 꼭 붙잡은 쪼꼬미가 바로 사랑스러운 2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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