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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아도취 Nov 11. 2020

빼빼로 말고 다른거

빼빼로데이를 기념하지 않는 사람 이야기

오늘은 빼빼로 데이다.

이런걸 질색하는 남편은 이게 다 상술이라며 빼빼로 데이 따위;;는 챙기지 않는다.


우리가 챙기는 유일한 상업(?)적인 기념일은 발렌타인데이 딱 하나.

이 날 미국식으로 주고 받고를 모두 한다. (이 말인즉슨, 남들 다 챙긴다는 화이트데이도 챙기지 않는다는 이야기) 


처음 한국 와서 한두해는 남들 다 챙겨받는 빼빼로 데이를 못 챙겨 받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남편에게 못 받아도 회사 후배가 부서 전체에 돌리는걸 받기도 했고,

그냥 남들 다 먹으니까 나도 먹고 싶어서 내 돈 주고 사먹은 적도 있다.


몇 해 전에는 빼빼로 데이라서가 아니고 내가 진짜 빼빼로가 먹고 싶으니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도 당해봤다.

"솔직히 오늘이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다른 날이었다면 그래도 빼빼로가 먹고 싶었겠어?" 라는 질문에 대해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을 못했더니 바로 반려.

남편의 질문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니 편의점 매대 마다, 또 오픈하는 모든 앱의 광고마다 나타나는 빨간색의 길다란 상자를 보니 괜히 먹고 싶어진 것이다. 

심지어 난 초록 상자의 아몬드 빼빼로를 더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 상술과 홍보의 효과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_-;;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나도 남편따라 반골 기질이 생기는 것인지, 빼빼로데이라고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심지어는 속속 올라오는 빼빼로데이 광고를 보며, 오늘은 과자를 먹더라도 꼭 빼빼로 말고 다른 것을 사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니, 평소엔 편의점 가서 과자 같은거 사먹지도 않으면서 오늘 굳이 편의점 가서 빼빼로 말고 다른 것을 사먹겠다고 마음 먹은것 자체가 이미 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 빼빼로를 선물 하고 선물 받은 모든 분들은 저희 대신 맛있게 드셔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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