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상 am 5.58
- 서천을 다녀왔다. 50일 전에는 엄마. 이번엔 장모님
둘째 날 아침에 세 여자는 물 때가 맞아 조개를 캐고 왔는데 나는 방에 있었어서 사진이 없어 아쉽다.
캐고 나와 꼬질해진 바지로 폼을 잡은 요미 사진만.
놀러가면 불면증이 더 심해진 나 때문에 빗길 운전을 하고 온 마늘이 '동죽 파스타'를 해줬다.
오늘 아침은 '동죽탕'으로 나의 감기를 위무하기로 했다. 우박이 왠 말이냐?
2. 독서 + 단상 60분(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p.82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T : 저번 서천행에서 둘째 날을 망쳤는데, 이번에는 '첫째 날 어리석은 나의 가위질 때문에 쭈꾸미 먹물이 마누라에게 튀었을 때의 위기'를 잘 넘긴 이후 평온을 잘 유지했다.
가정에서나 직장, 더 넓게 이 사회를 둘러보아도 이 세상의 부드러운 유지와 착한 진보를 가져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우공이산)이라 생각한다.
나의 장모님은 생을 우직함과 인내,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점철하신 분이다. 어릴 때는 6남매의 맏으로, 결혼 후에는 언행이 거칠고 일관이 부족한 남편을 딛고, 세 딸을 당신의 성실함과 변함 없는 묵묵함의 올곧음으로 '시대의 헌신'을 관통하신 분이다. 그것은 원형을 원형 이상의 형태로 만들어내었고 세 딸은 모두 훌륭하게 컸다.
신영복 선생님의 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 이 아침 여러 책을 고민하다 우연히 찾아 읽었고 옮기고 난 순간 그저 장모님 생각이 났다. 당신은 13년 째 딸과 사위, 손주들이 먼저 먹기 시작한 한참 뒤에야 첫 술을 뜨신다.
나의 장모님은 당신의 '불편함'으로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신 '참위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