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가 가진 무엇이든 다 주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없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고 바로 '누군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무엇이든 내가 다 가져와 버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가져옴으로서 그 사람이 궁핍해지거나 약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다.
내가 가져옴으로서 그 사람이 건강해지거나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그 좋은 무엇들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의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 시침과 분침, 초침의 노예로 살아간다. 사랑은 거스를 수 없는 그 어김 없는 풍각쟁이의 촘촘한 걸음들을 멈추게 한다.
그 사람의 시간에 나의 시간을 누비고 그 사람의 호흡이 잦아들기를, 오랜 기쁨으로 기다린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기준과 원칙, 나의 어려움들을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누군가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것에 즐거운 마음을 맞춰간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고 생경한 것이라도 나는 맞출 수 있다. 맞추다 보면 쉬워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예뻐진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행동에는 말에는 마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주고 싶고 즐거워지는 것인지라 나의 마음은 예뻐질 수 밖에 없다.
마음이 예뻐지면 얼굴이 행동이 말이 예뻐질 수 밖에 없다.
이러니 우리는 누군가를 가끔 사랑해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착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온유하고 상냥한 마음씨만을 가지고 착하게 살 수 없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악이 받친 무시무시한 싸움을 수반하여야 하는 것이다. 범용하고 짧은 행복에만 기웃거리면서 동시에 착하게 산다는 생각은 엉뚱하거나 비겁한 욕심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그 착함이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나온 착함이라면 더 이상 온유하거나 상냥하지만은 않다. 죽창을 들게 한다. 그 사랑은 어떠한 거대하고 집요한 악에도 용감히 일어서는 투사를 일으킨다. 변변치 못한 내가 대범한 열사의 기개를 갖춘 의인이 된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고, 대신 아파줄 수 있고, 나의 전존재의 시간을 그 사람에게 바칠 수 있고, 세상에 없는 쉬운 사람이 되고, 베시시 웃게 되는데 착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가끔 그 사람을 보라. 그 사람을 보고 사랑하라. 이제 그 시간의 주인이 되라.
어리석은 시간은 시계로 잴 수 있어도 현명한 시간은 시계로 못 잰다고 했다. 시계로는 못 재는 값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이제 우리. 다시. 사랑.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