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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섯 가지 소원(다섯 손가락)

by 하니오웰



나는 내가 하나 있다.(엄지 손가락)

자주 다리도 정신도 세워 볼 일이다.

나는 남들보다 늦게(5살) 걷기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일찍 걷지 못 할 것 같다.

평생 까치발로 걸어왔으니 앞발이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쳣 번째 소원은 남들보다 덜 일찍 못 걷는 것이다.


나는 엄마가 하나 있다.(집게 손가락)

자주 나의 모든 당신을 집어 볼 일이다.

치매의 테두리에 들어간지 좀 되었다. '섬망'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어제 '나의 삼각형'과 식사 후 은평 빕스(은평 롯데몰에 위치)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여기가 어디냐? 강남이냐?"

"엄마 구파발이에요."

"그러냐? 왜 저리 건물들이 크냐?"

은평성모병원 건물을 보며 말씀하신다. 엄마랑 나는 은평 롯데몰을 수십 번도 넘게 함께 갔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본인만의 속도와 철학으로 본인의 세상을 외롭게 살아오신 분이다.

어떠한 진료도 치료도 거부하고 계시다. 여쭈면 무섭게 공격성을 띤다.

두 번째 소원은 엄마 손을 잡고 병원에 가는 것이다.


나는 여보가 하나 있다.(가운데 손가락)

자주 너의 중심을 잘 잡도록 도와줄 일이다.

누구보다 곱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 딸의 막내로 커서 부모님의 사랑은 많이 받고 자랐다.

결혼 이후 딸에 밀려 내 사랑의 이편보다 저편에 많이 서있다.

요즘 살아 보겠다고 이것저것 배우느라 '월화수목금금금'을 살고 있다. 짠하다. 집에 오면 픽픽이다.

보약에 대해 물어도 반응이 심드렁하다. 내 마음의 보약이면 될 것으로 현재는 생각하고 있다.

세 번째 소원은 마늘의 사업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나는 딸이 하나 있다.(약 손가락)

자주 나한테 존재만으로 약이 될 일이다.

결혼한지 1년 7개월 만에 태어났다.

그 분별 있는 건강한 몸덩어리로 태어난 딸에 발톱 저리게 감사했다.

아이의 탄생 이후 초반 100일 정도는 서툴렀다.

그 이후에는 전존재를 걸어 딸의 전존재를 사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사춘기 초입에 들어간 딸과 툭툭이 제법 시작되었다. 고민 후 내가 잔소리를 줄였더니 툭툭이 줄었다.

네 번째 소원은 내 딸이랑 오래오래 틀어지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이다.


나는 형이 하나 있다.(새끼 손가락)

자주 나의 새끼처럼 들여다 볼 일이다.

혼자 충북 진천에서 살고 있다.

서울에 잘 오지 않아서 엄마와 자기를 서로 점점 외롭게 만들고 있다.

담을 수 없는 사연과 토해내기 힘든 아픔이 있는 사람인데 그저 형은 '꾹꾹이'다.

다섯 번째 소원은 형이 서울에 올라와서 엄마랑 가깝게 사는 것이다.

내 마지막 제 소원은 윗 소원 중 하나라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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