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노래방 가자"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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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으로.

여자와 단둘이 노래방에 갔다.

하니는 노래를 좋아한다.

1학년 때 비투비로 시작해 여러 가수들을 넘나들었다.

아이브나 보넥도 등 초딩 대세 아이돌들은 물론, 멜론 차트의 Top 100과 신곡까지 탐닉한다.

지금 아이의 멜론 앨범에 열어보니 114곡.

Beyonce, Jax, Charlie Puth, Ed Sheeran의 노래까지.

하니는 '음악'에 진심이다.

그저께, 하니의 개학 전날.

전날 나는 을지훈련으로 밤을 새운 탓에 대체휴무였고, 집에서 쉴 셈이었다.

문제는 대장님과 함께라는 것.

촉이 발동한 마누라는 당부했다.

"방학 숙제가 많이 남았으니 절대 데리고 나가면 안 돼. 꼭 숙제 시켜!"

9시 반.

늬예늬예 일어나서 곰탕으로 이를 쑤신 하니는 모두 발언을 한다.

"아빠 노래방 가자"

자주 가는 코인 노래방.

8곡을 선결제한다.

'너에게 닿기를'로 시동을 걸고, '피었습니다.'를 이어부른다.

애창곡인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부르고 소강.

"아빠 한 곡 불러도 돼?"

"응"

흰수염고래를 누른다.

'더 상처 받지마, 이줸 우울지마, 우서봐~~~'

나의 코창력과, 나만 설레는 감성이 만나는 순간!

노래는 기세라 여기는 아빠와, 그 허세를 질색하는 딸이 만나는 순간!

"아빠! 제발!"

웃으며 정색하는 하니는 조롱 섞인 박수로, 마이크를 뺐어간다.

그 뒤로 나는 다시 마이크를 잡지 못 했다.

'다시 만난 세계'를 마지막 곡으로 첫 날의 밀회를 마쳤다.

하니는 새벽 한시 반까지 숙제를 하고 잤다.


어제.

퇴근길. 전화가 온다.

"아빠 마라탕 사줘"

마라탕을 잡수신 다음,

"아빠 노래방 가자"

오늘은 10곡이다.

전 날 나는 하니한테 목소리를 올리라고 했다.

작게 불러 점수가 20~30대에 머물던 점수가 바로 80점대를 찍는다.

그제의 아쉬운 저점에 다시 찾은 듯 했다.

래퍼토리는 비슷하다.

오늘도 '다시 만난 세계'는 아껴둔다.

"아빠 한 곡 불러도 돼?"

"아니"

나는 마이크 대신 리모콘을 쥔다.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을 내려준다.

"FAMOUS"

하니는 랩이 많아서인지 주눅 든 채 부르다 23점을 찍는다.

"힝"

"소나기 부를래?"

"아니, 너무 높아"

"그럼 아빠랑 '오랜 날 오랜 밤' 부를까?"

"아니, 폼만 잡을 거잖아"

"마지막 곡 '이젠 안녕' 부를까?"

"아니 아이유 '정거장' 눌러"

'다음 정거장에서 만나게 될까

그리워했던 사람을

다음 파란불에는 만나게 될까

그리곤 했던 얼굴을'

가사가 좋고, 지은이가 예뻐서,

망부남이 되어 화면만 본다.

한 곡 마칠 때마다 은근히 점수를 기다리는 하니.

높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유의 호흡을, 이 노래 특유의 잔잔함을 따라 하던 아이의 작은 목소리.

'24점'

못내 아쉬워 하던 하니는 '더'를 말하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낮은 점수, 높은 추억

우리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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