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부터 막막했을까?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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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하고 올게"

주섬주섬, 침대 바로 옆 환자용 화장실로 들어간다.

한참 만에 나온 엄마,

얼굴이며 웃옷이며 흠뻑 젖어 있다.


"으이구, 울 엄마. 여기 따뜻하니까 자연 건조 하자고요."

팔꿈치에 치약 거품이 묻어 있다.


"그러자. 너 아침 먹어야지?"

"아까 김밥 대충 먹고 왔어요. 이따가 인지검사 한대요.”

“그게 뭐냐?”
“저도 잘 몰라요. 그림 맞추기, 단어 외우기. 머리가 아직 쓸만한가 이런 거 보는 거겠죠?”


의사가 시킨 대로 엄마 손을 잡고 비비적거린다.

재작년만 해도 손을 잡으면 징그럽다 내치시던 분이, 이제는 그저 가만하다.

일 년 사이 10킬로그램이 빠져서 그런지, 그 손이 참 작큰하니 잡으면 쏘옥, 앙증하다.


간호사가 들어온다.

"곧 이동하실 거예요. 병동 이송요원이 와서 도와드릴 거예요"

잠시 뒤, 젊은 남자 요원이 들어와 엄마를 휠체어에 앉힌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복도 형광등이 하나씩 내려앉는다.


좀 기다리자 젊은 임상심리사가 나온다.

"환자분은 저랑 들어가실 거고 보호자 분은 밖에서 대기하실 거예요.

기다리시는 동안 이거 작성해 주세요. 치매 선별 검사지예요.

평소 어머님 모습 기준으로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Q) 이전보다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

Q)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Q) 물건을 둔 곳을 잊어버리고 찾지 못한다.

.

.

.

Q) 자기 집 근처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잊는다', '찾지 못한다'... 외롭지 않은가?

엄마는 누구부터 막막했을까?


문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단어를 기억해 두세요. 나무, 공책, 시계.

방금 들은 세 단어 기억나세요?”
“시계... 공책... 그리고... 뭐더라?”


엄마는 그렇게, 백구한테 하얗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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