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과점 대장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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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싸움의 빈도가 부쩍 늘었다.

그런 나에게 마늘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오빠는 받아줘, 샌드백 해줘, 내가 악역할게”


하니는 아빠에게 ‘자신의 논리’를 들고나와 잦은 협상을 시도한다.


“아빠, 플라톤 숙제는 토요일에 하면 안 돼요?,

오늘은 수영장에서 테스트가 있었는데요.

선생님이 1분 50초 안에 들어와 보라고 해서 숨을 많이 참았더니, 너무 피곤해요.”


“아빠, 일주일에 한 번만 외식하기로 했지만, 어제는 엄마가 사준 거니까 제외하면 안 돼요?”


“엄마한텐 비밀로 하고, 이따 샤워할 때 옆에 앉아서 대화해 주면 안 돼요?”


억지 쇼부를 걸 땐, 안 하던 존댓말이 슬며시 튀어 오른다.

그 속엔 아빠가 결국 져주리라는, 애교 섞인 기대가 깔려 있다.

주로, 그 기대와 충족은 어긋나지 않는다.


두 달 뒤면 쉰을 맞는 늙은 아빠지만, 힘을 더 내볼까 한다.

불부합한 요구에 일일이 맞서지 말고, 즐거이 가볍던 우리의 리듬을 되찾아볼까 한다.

사랑의 방식으로 다소 더 체념해 볼까 한다.


호기심 많은 리얼리스트 딸에게,

유머와 달관으로 무장한 순응형 낭만주의 아빠로 거듭나보고자 한다.


나는 제대로 P다.

기억력이 나쁘면 분류, 보존이라도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사랑하는 딸의 한 살부터 다섯 살 때 사진과 영상이 통째로 없다.


사춘기에 입봉한 아이에 지쳐, 화가 돋을 때면, 핸드폰을 연다.

가장 어린 시절, 여섯 살 무렵의 영상을 찾는다.

감정이 올라와 '울컥'도 하고, 내려앉아 '빙긋'도 한다.


보다 보면 안다.

여전히, 아직도 하니는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독과점 '대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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