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 미모] 그 탕, 과연 얼큰하겠는가.

by 하니오웰


1. 기상 am 2.58


- 딸아이와 안 싸운지 열흘.

이것이 이렇게 감동적인 일이 된다.

사춘기 초입의 아이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자꾸 예민이 솟구치는 자기가 되어 있다는 말을 한다.

평생이 사춘기인 나는, 어떻겠는가?

어른인, 아빠가 자주 더 참을 일이다.


슈퍼문이라는 제목이 붙은 저녁.

남은 닭볶음탕을 다 비웠다.

떡보 하니는 떡을 두 번이나 더 넣어달라 했다.


"아빠, 배드민턴 치러 나가자!"

웬일이람?

내가 잔소리 잽을 안 날리니, 아이가 먼저 다가온다.

아이의 체력은 따라갈 수 없지만,

사랑만큼은 질 자신이 없다.


달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지만, 행복한 밤이었다.


2. 독서(탁월한 사유의 시선 - 최진석 -)


p. 7



시대의 병은 뜻있는 개인으로서의 내가 발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공적이다. 게다가 새롭고 위대한 것들은 다 시대의 병을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진화한다. 이것은 또 나의 진화이기도 하다. 내가 시장 좌판에 진열된 생선이 아니라 요동치는 물길을 헤치고 있는 물고기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표현된다. 나는 눈뜨고 이렇게 펄떡거릴 뿐이다.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하며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강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약했다. 약하면서 강한 척하거나, 약한 부분을 애써 외면하다가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다 가기 힘들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최진석 -



T : 마음의 시선이 나에게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인간은 본디 손톱 밑까지 이기적인 종자이지만,

시대의 아픔에 시선 한 번 돌려보지 않은 입진보가,

과연 얼마나 낭창낭창하겠는가?


연민, 통찰 다 좋다.

그러나 외면만 거듭하다가,

단 한 번도

밖으로는 뜨거워지지 못하고

기필코 안으로만 식어버리는 뚝배기라면,

그 탕, 과연 얼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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