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포식자의 겨울

by 하니오웰

버려진 섬마다 계절이 돌았다.

빛은 시간의 무리를 결마다 수평 위로 서서히 걷어 올렸다. 그러나 어둠이 배이면 늘어진 목을 축여도 축여도 가시지 않는 목마름이 남았다. 그 갈증은 수분의 결핍이 아닌 외로움이었다. 그 외로움은 감각으로 측정할 수 없는 형태였다. 바람보다 자주 곁을 두드리는 포말이 묻어도, 외로움은 별보다 높이 박혀 겨울 한 철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 계절의 깊은 속에서, 서서히 적의가 일렁였다. 내전이었다. 적은 바깥에 있지 않았다. 외로움이 삼켜 버린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기어코 창을 벼려야했다.


나는 적진의 켜켜한 총칼의 높이가 그들의 적의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두려움은 의지보다 더 날카롭게 우리 가슴 깊숙이 박혀들었다.

반면 우리의 무장은 높이라 부르기도, 개수로 세기도 부끄러울 창과 칼 몇 자루뿐이었다.

우리는 오로지 진심으로 치솟은 적의만을 가슴에 새긴 채, 계절의 새벽을 떨고 있었다.


전쟁의 기척은 바람에도 스며들었다.

바다를 스치며 머무는 바람은 늘 주저앉듯 내리올랐다.

여름에는 아지랑이의 손을 잡았고, 겨울에는 북두의 꼬리를 움켜쥐었다.

바람은 놓친 손의 서러움으로 울었다. 그 소리는 물레의 삐걱임이었다.

귀뚜라미의 각성은 되지 못한, 먼저 흩어지는 휘파람이었다. 계절이 쌓여도 바다를 끝내 머금지 못한 바람은 그리운 이별이 되어 수평선을 비켜 흘렀다.


밤은 숙영지가 되지 못했다. 베개는 안전하지 않았다. 상념이 밀물처럼 스며들어 뒤통수를 서늘히 적셨다. 풀섶을 서걱이는 사마귀의 발 가는 소리가 쉼 없이 귓전을 때렸다. 아침은 썰물이 되어 새벽을 앞쪽부터 앗아갔다. 오래된 원수의 비비적한 말투는 곰팡내처럼 낮고 깊숙이 배어드는 거슬림이었다.


자그마치 두 해였다.

여생에 두 번도 겪지 못할, 존귀한 나르시시스트였다.


사마귀였다.

역삼각형 얼굴과 이등변 안광은 기묘한 대칭을 이루며 서로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 세치 혀의 요설이 스치면 괴기월식이 매 번이었다.


포식자였다.


나는 알게 되었다.

버려진 섬마다 계절이 돌던 그 외로운 내전의 실체가, 바람이 끝끝내 머금지 못해 수평선을 비껴 흘러간 그 울음의 근원이,

모두 그 포식자에게서 비롯된 하나의 전쟁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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