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농장은 인간의 터가 아니었다.
그곳은,
흙이 엉덩이를 붙이고,
식물이 그늘을 드리우고,
동물이 숨을 고르던 평온한 농장이었다.
모두의 곳이었다.
넓어서 넓었고, 흘러서 흐르는 곳이었다.
농장은 본디 그런 곳이었다.
배고프면 달리고, 목마르면 기다리는 곳이었다.
동물 중 가장 나약한 존재가 그곳에 숨을 들였다.
나약한 몸을 이성으로, 이성을 이기심으로 덧씌운 인간이 그 터를 흔들었다.
탐욕을 쌓고 숨기는 법을 익힌 그들에게, 다른 무구한 존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이 휘두른 칼날은,
흙을 베었고, 숲을 찢고, 강을 끊었다.
각자의 등을 돌려 인간이 아닌 모든 것들을 거두고 난 뒤,
결국 서로의 목덜미까지 겨누며 아수라 농장을 만들었다.
예각과 둔각이면 충분했던 농장에,
가장 빠른 직각과 가장 깊은 수평을 세웠다.
생명의 속도마저 재단하려 했다.
그 순간부터 농장은 서서히, 그러나 정확하게 죽어갔다.
동물들은 길을 잃었고,
식물은 여름과 겨울을 착각했으며,
흙은 스스로의 목마름조차 지킬 수 없었다.
인간이 닿는 자리마다 생명의 울타리는 줄어들었다.
인간이 부른 파국은 인간만의 몫이 아니었다.
모두가 공멸의 삯을 치러야 했다.
농장은 다시 터만 남았다.
죽어야 할 것들이 다 죽은 동토 위로 바람이 또렷이 돌아왔다.
'태초에 너희들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