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없다.

by 하니오웰

먹먹하게 퀭하던 심사가 다 풀렸다.

직관이 예리하고, 남달리 솔직하고, 평안을 무리 없이 지킬 줄 아는 동생들과

추어탕 한 그릇, 커피 한 잔 나누고 오니 마음이 넓게 퍼졌다.

우리, 다 그렇게 살고 있었다.

일 년 전 이날,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참 술을 좋아하셨다.

7남매 중 머리도, 인물도 가장 출중했다.

광주서중을 차석으로 졸업하고 광주일고에 들어간 뒤, 주먹과 의리의 세계로 건너가 풍지게, 굴곡지게 사셨다.

정이 많았고, 언변은 기가 막혔다.

엄마는 결혼 생활 내내 시댁 식구들과 원만치 않았다.

큰오빠를 극진히 사랑하던 고모들은 무조건 오빠 편이었고, 말마다 토가 달렸다.

와중에 작은아버지는 형수에게 언제나 깍듯한 도리를 다하셨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나를 만날 때마다 뜨겁게 안아주시며

"고추 달고 태어난 새끼가, 자잘한 거에 주눅 들지 마라"

그러곤 소주를 한 컵씩 비워내셨다.

"아, 좋다. 너 이 새끼 참 이쁘다."

어린 시절부터 작은아버지는 내게 '큰 사나이', '진짜 수컷'이었다.

마누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광주로 인사를 내려갔을 때,

포장마차에서 오징어 숙회 하나 시켜놓고 우리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가득 채워 주셨다.

기세에 눌려 원샷을 일삼던 마누라는, 오후 다섯 시도 채 되기 전에 오징어가 되어 뻗어버렸다.

작은아버지 없이, 가까운 모텔을 더듬어 402호 침대까지 끌어올리느라 땀을 몇 대빡 흘렸던 기억이다.

공손하던 도련님이 먼저 떠나간, 일 년 전 오늘,

울 엄마는 '오늘보다 조금 덜 퍽퍽했을까?'

당연한 게 없다. 있을 때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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