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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일기 30일차,금연390일(1.19)

작은 아버지 상

by 하니오웰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광주에 왔다.

어제 친척동생에게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그대로 쓰러져 정체 모를 통곡을 했다.

할아버지 선산 관리 문제로 싸가지 없게 따진 이후 격조해졌고 몇 년 간 안부 인사를 드리지 못 했는데. 막연한 죄스러움이 가슴에 걸려 있었는데 이리 가셨다.

술을 좋아하셨다.

아버지 7남매 중 머리도, 인물도 가장 출중하셨다.

광주서중을 차석으로 졸업하셨으나 광주일고 입학 후 주먹과 의리의 세계로 들어가셔서 이후 굴곡지게 사셨다.

정이 많으셨고 언변 또한 기가 막혔다.

엄마는 결혼 생활을 관통하던 시절 내내 시댁 형제들과 원만하지 않았는데 말씀 끝에 항상 선중이 작은 아빠는 극진히 형수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매조지하셨다.

너무 그 말씀을 자주 하셔서 어린 마음에 '울 엄마는 작은 아빠가 잘 생겨서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꽤 진지하게 했었다.(7남매 중 나의 아버지만 할머니를 닮아 추남이셨다.)

장애가 있는 나를 만날 때마다 뜨겁게 아껴주셨고 '사내 새끼가 그런걸로 주눅드는 거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고는 소주 큰 컵을 쭉 비워내셨다.

어린 시절부터 작은 아버지는 내게 '꽤 큰 사나이', '진짜 수컷'이셨다.

결혼 직전 광주로 인사 내려왔을 때 충장로 포장마차에서 오징어숙회 하나 시켜놓고 마늘에게 연방 글라스에 소주를 채워주셨고 살뜰하게 비우던 와이프는 결국 철저히 해체되어 오후 5시 즈음에 인근 모텔에 뻗어버렸다. 방 침대로 올리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개고생 했던 기억이 무척 선명하다.

7남매 중 3형제가 다 떠나셨다. 잘 보내드리고 올라가야겠다.


대전 현충원에 내려드리고 올라왔다.

당연한게 없다. 있을 때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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