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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요타는 문제를 이렇게 대한다

토요타 5W1H 사고방식 - 개선과 혁신을 낳는 궁극의 문제해결법

by 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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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5W1H 사고방식

개선과 혁신을 낳는 궁극의 문제 해결법

거대 자동차 제국의 작은 비밀 - 핵심은 5W1H 사고방식이다





1. 문제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 없습니다’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기업 경영진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라는 말처럼 가슴 철렁한 것은 없습니다. 일이 문제없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놀라서 머리를 싸매게 하는 순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라는 존재는 귀찮은 것,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싶고, 할 수 있다면 치워 두고 싶은 존재입니다. 또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의 경우에도 가능한 빨리 해치우고 싶다는 것이 보통 생각입니다.


정반대 지점에 있는 것이 토요타의 사고방식입니다. 어떤 젊은 토요타 직원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의 일입니다. 아이디어를 들은 회의 참가자들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만장일치로 “그거 멋진데! 바로 실행해 봅시다.”라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는데, 보고를 받은 오노 다이이치는 다음과 같은 우려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견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의견을 놓쳤다고 생각하게. 다른 의견이 없다면, 만들어 내게. 다양한 의견을 검토한 후에 실행해야 하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막상 실행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때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있다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그것을 게을리한 경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당황한 나머지 대처를 잘못하게 되거나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즉, 토요타에게 문제라는 것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문제를 미처 보지 못했거나, 문제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토요타 사고방식에 ‘’키쿠[1]’(듣다 혹은 묻다)에는 세 종류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 가지란 ‘키쿠’(聞く: 물을 문), ‘키쿠’(聴く: 들을 청), ‘키쿠’(訊く: 물을 신) 입니다만, 이 동사들은 각각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토요타 경영진이 생산개혁 활동을 돕기 위해 협력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현장에 나간 토요타 관리자가 현장 책임자를 모아 “뭔가 문제는 없습니까?”라고 ‘물었을(聞く)’ 때, 2~3개 정도 문제가 드러났고, “뭐 나머지는 특별히 문제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로 끝나면 꽤 우수한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토요타 관리자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창고의 정리정돈 상태는 어떻습니까?”, “불량률은 어떻습니까?”, “생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라고 ‘세심히 물었더니(聴く)’ 20~30개나 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더해 토요타 관리자가 협력업체 책임자와 함께 공장을 돌아다니며 “여기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이 점은 어떻습니까?”라고 예상외의 것들을 ‘캐물었더니(訊く)’, 순식간에 100개 이상의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는 ‘좋지 않은 것’이며, ‘가능하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를 스스로 묻는 습관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문제를 발견한 경우도 ‘이 정도는 괜찮지 뭐…’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그저 “문제는 없습니까?”라고 물어봐야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 토요타의 관리자에게 ‘문제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특히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장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이 작업하는 이상 몸 상태가 나쁘면 생각대로 작업이 되지 않거나, 무심코 뭔가를 잊어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기계 역시 조금이라도 손질을 게을리하면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즉, 진심으로 문제점을 적어낸다면 더 이상 써낼 수 없을 정도로 있을 텐데, 그것을 잊은 채 “문제없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있으면 모처럼 생긴 문제 해결의 기회, 즉 ‘개선’(改善)의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토요타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문제를 찾아서라도 개선하라.” 대부분 사람들에게 문제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기업인에게 문제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문제를 개선의 기회로 삼아 긍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2. 문제의 배후에는 ‘진짜 원인’(真因)이 숨겨져 있다


‘왜’(WHY)를 다섯 번 반복하라


토요타 사고방식의 기본 중 하나로 ‘문제가 발생하면 라인을 멈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생산현장에서 불량품이 생기는 경우, 불량품을 라인 옆에 치워 두고 나중에 손을 보는 한이 있더라도 라인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토요타 방식에서는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라인을 멈춘다’는 것이 철저히 지켜집니다.

이유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 모두에게 ‘보이도록[2]’(見える化) 함으로써, ‘문제의 진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두 번 다시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 개선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불량품이 생겼는데 라인을 그대로 움직이게 하면, 아무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개선을 위한 지혜를 내지 않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두에게 보이도록 만들면, 하나가 되어 개선을 위한 지혜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반복해 공정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제품도 더 좋은 것이 된다는 것이 토요타가 가진 ‘품질은 공정에서 만들어낸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즉, 토요타 방식에서는 생산현장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음과 같이 합니다.


1) 문제가 모두에게 보이도록 한다
2) 문제의 진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다
3) 두 번 다시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개선한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체계로 철저히 지켜집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번째, ‘문제의 진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다’ 입니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어떤 기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지만, 그 원인이 표면적 원인인지, 진짜 원인인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노 다이이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5번 ‘왜’를 지속해서 묻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계가 고장 났을 때 그가 부하와 나눈 유명한 ‘5 WHY’ 대화를 소개합니다.


1. 왜 기계가 멈췄나?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끊어졌습니다.


2. 왜 과부하가 걸렸나?

베어링 부위의 윤활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3. 왜 충분히 윤활이 되지 않았나?

윤활 펌프가 충분히 끌어 올려주지 못했습니다.


4. 왜 충분히 끌어 올려 주지 못했나?

펌프 축이 마모되어 덜컹거렸기 때문입니다.


5. 왜 마모되었나?

스트레이너(여과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아서, 금속 조각이 들어갔습니다.


이것이 잘 알려진 오노 다이이치의 ‘5 WHY’ 사례입니다. 1~5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만약 첫 번째 ‘왜’로 끝난 경우 ‘퓨즈를 교체하게!’ 라는 대책으로 즉시 기계를 다시 움직일 것입니다. 분명 퓨즈가 끊어진 것은 기계가 멈춘 원인 중 하나이므로, 퓨즈를 교체하면 기계는 움직일 것이고 라인을 ‘즉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생산현장에 고마운 신속한 처리라 할 수 있지만, 퓨즈가 끊어진 것은 ‘원인’이기는 해도 ‘진짜 원인’은 아닙니다. 진짜 원인을 찾지 않고 표면적인 원인에 손을 대는 것은 발본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다시 퓨즈가 끊어져 기계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기계가 멈춘다 → 퓨즈 교체 → 기계를 가동한다’ 이것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토요타 사고방식에서 가장 싫어하는 방법입니다.

한편 다섯 번째 ‘왜’를 거쳐 ‘여과기가 부착되지 않았다’는 진짜 원인에 도달한 경우, 여과기 설치라는 대책을 취함으로써 퓨즈가 끊어지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기계가 멈출 때 퓨즈를 갈아 끼우는 응급 처치를 반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표면적 원인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진짜 원인’에 도달할 때까지 ‘왜’(WHY)를 다섯 번 물어 진짜 원인을 찾아내는 개선을 실시하는 것이 토요타 문제해결 방식이자, 5W1H 사고방식입니다.


‘다섯 번 WHY를 물어서 ‘HOW’를 찾아낸다’는 의미입니다.


3. 안이하게 “아, 그런가.”라고 말하지 말라


토요타의 5W1H를 실현하는 3개 조항


문제가 발생하면 그 진짜 원인을 찾을 때까지 ‘왜’를 5번 반복하는 것이 토요타 5W1H 방법론이지만, 현실적으로 진짜 원인에 도달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고 ‘왜’를 반복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한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안이하게 “아, 그런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노 다이이치의 부하로 토요타 방식 보급에 힘썼던 어느 토요타 맨에 따르면 ‘5 WHY’를 실시할 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 그런가…”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오노 다이이치가 5번 ‘왜’를 물은 상황처럼, 기계가 멈춘 이유를 조사한 결과 퓨즈가 끊어진 것을 발견하고 “아, 그런가.”라고 말하는 데 그치면, 생각이 멈추고 더 이상 ‘왜’를 묻지 않게 됩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문제를 검토할 때 그 문제가 매우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여러분은 그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에만 통용되는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그대로 끝내는 반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면 한층 더 깊이 파고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모든 레벨에 통용될 멋진 해결책을 만든다는 것이 잡스의 문제 해결법입니다.


마찬가지로 토요타에서도 어떤 문제에 한두 번 ‘왜’를 물어 표면적 이유를 찾아낸 후 “아, 그런가.” 정도로 그친다면, 예를 들어 고장난 기계가 다시 움직일지도 모르지만 진짜 원인을 찾아내지 않았으므로 금방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간단한 원인을 발견한 채 안이하게 “아, 그런가.”하고 납득할 것이 아니라, “잠깐, 진짜 원인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하고 ‘왜’를 철저히 반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 문제를 찾아 현행범 체포하듯 하라


토요타 방식에서 ‘왜’를 반복하는 것 이상 중요한 자세 중 하나는, ‘현지(現地)에 가서 현물(現物)을 보고 생각한다’는 현지현물(現地現物)의 철저한 실행과, 가능하면 문제가 일어나는 순간을 목격할 때까지 하루 종일 현장에 붙어 확인하는 ‘현행범 체포’를 확실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 라인에서 자동차 몇 대의 도어 부분에 작은 흠집이 발견되었다고 합시다. 극히 작은 흠집으로 도장수리로 처리할 수 있지만, 토요타 담당자는 즉시 현장에 가서 상처의 위치나 크기 등을 확인했습니다. 흠집은 오른쪽 도어 손잡이 아래 부분에 있었습니다.


상처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한 담당자는 ‘왜 상처가 생겼을까?’하고 ‘왜’를 반복하며 현장의 작업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작업자의 벨트 버클에 눈이 갔습니다. 버클의 높이나 크기, 모양, 작업 자세 등을 차분히 관찰하니, 그 작업자가 작업하기 전까지는 상처가 없는데 그 작업자가 작업하면 때때로 차에 상처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작업 자세에 있었습니다. 작업자는 작업 중 간혹 자세를 바꾸었는데 그 때 벨트 버클이 차에 부딪혀 작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즉시 작업자에게 올바른 작업 자세를 지도하고, 벨트 버클은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바꾸도록 지시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모든 작업자에게 벨트 버클로 인해 자동차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차량과 접촉해도 상처가 생기지 않는 버클로 교체하도록 했습니다.


‘왜’를 다섯 번 반복한다는 것은 책상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 가서 ‘현물’을 보면서, 그리고 문제가 일어나는 순간을 목격할 때까지 현장을 지킨다는 ‘현지현물(現地現物)’, ‘현행범 체포’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서는 문제 원인의 조사와 대책을 모두 현장에 맡겨 두고 원래 앞장서야 할 관리직은 보고를 받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래서는 원인을 찾아냈다 해도 진짜 원인까지 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진짜 원인에 근거하지 않은 대책은 일시적인 것이 되기 쉽습니다.

문제 발생의 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현행범으로 체포한 장면은 틀림없는 진실입니다. ‘왜’를 다섯 번 반복하는 것은 책상머리가 아니라 철저한 ‘현지현물’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토요타의 5W1H입니다.


3. 발견될 때까지 찾는다는 자세를 가진다


5W1H를 위해서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이 필수지만, 때로는 아무리 ‘왜’를 반복하고 ‘현지현물’로 조사해도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토요타 직원 A씨가 협력 회사에서 ‘칸반[3]’의 도입을 지도하던 때 일입니다.


그 회사 직원들은 칸반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실이 잇따랐습니다. 토요타 방식에서 칸반은 생산에 필수사항으로, 칸반이 없는데 부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칸반이 계속 분실되어 생산에 지장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한 A씨는 어쩔 수 없이 칸반을 찾는 대신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부품의 과잉 생산에 의한 낭비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오노 다이이치는 격노해서 “당장 칸반을 찾아와!” 하고 A씨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을 헤매고도 찾지 못한 A씨가 보고를 하러 가자, 오노 다이이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겨우 한 두 시간 찾은 걸로 ‘없다’고?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고 있나? 대답은 간단하다. 발견될 때까지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다시 시간을 들여 이곳 저곳 찾아 헤맨 끝에, 부품 상자 아래에 달라붙은 칸반을 발견했습니다. 칸반을 넣은 상자를 겹치자, 기름 때문에 상자 바닥에 달라붙은 것이 분실 원인이었습니다.

A씨는 두 번 다시 칸반이 분실되지 않도록 몇 가지를 개선했는데, 이후 칸반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진짜 원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적당한 시점에 타협하는 것으로 진짜 원인은 결코 발견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개선도 할 수 없습니다. ‘5번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5번까지만’ 묻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원인이 발견될 때까지 ‘왜’를 반복하는 것이 토요타 5W1H의 기본 자세입니다.


4. 5W의 끝에 1H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토요타 방식을 대표하는 시스템 중 하나로 ‘미에루카’(見える化; 가시화, visualization)가 있습니다. ‘왜’를 5번 반복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미에루카 역시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면서 때때로 미에루카 본연의 목적이 퇴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재고가 들어오면 바코드를 사용해 입력한 후 컴퓨터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데이터를 이용해 만들어진 예쁜 그래프를 보면서 회의실에서 토론이 이루어 지는데, 대체 무엇을 위한 미에루카 활동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막상 현장에 가보면 창고에 많은 재고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쓸모 없는 상태로 방치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런 재고들도 컴퓨터 화면에서는 새로 생산된 신품과 똑같은 숫자로 나타나고 똑같은 그래프로 표현됩니다.


어느 날, 이 회사를 지도하러 방문한 토요타 직원이 창고 상태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모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낫다. 이런 건 ‘미에루카(가시화)’ 가 아니라 ‘미세루카’(見せるか; 보여주기,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미에루카’의 목적은 예쁜 그래프나 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고가 있는지 모두에게 ‘보이도록’(見える) 만들고, 어떻게 재고를 줄일 것인지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미에루카의 진짜 목적입니다. 진짜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예쁜 그래프와 표를 만들지에 만족한다면 미에루카의 의미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어느새 ‘목적’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5W1H에서도 때때로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이런 일은 다섯 번 이유를 묻는 것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로, ‘진짜 원인’에는 도달했지만 개선책 실행이 어렵거나, ‘원인’은 알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서 자체적으로 혹은 공장 내부에서 진짜 원인을 찾아 개선이 된다면 좋겠지만, 진짜 원인을 찾아 보니 다른 부서나 공장, 혹은 협력 업체나 모기업과 관계 있는 일이면 꽤 성가신 일이 됩니다. 이처럼 타 부서, 기업 간 조정이나 협상의 번거로움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해결 가능한 선에서 무리하게 원인을 한정하거나, 개선을 멈춰 버리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분명 그 단계에서의 개선이라도 문제는 일단 해결될 것이고 불필요한 분쟁이 생기지 않아 스트레스도 안 쌓이겠지만, 이런 어중간한 개선은 단순한 ‘수선’에 지나지 않으며 진짜 원인을 찾는 ‘수리’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토요타 사고방식입니다.


토요타 5W1H에서 중요한 것은 ‘왜’를 다섯 번 반복할 때 각 부문 사이의 벽에 얽매이지 말고 가능한 원류(源流)로 올라가 진짜 원인을 찾아내려는 자세, 진짜 원인을 찾아낸 이상 해결이 어렵다고 해도 확실히 개선책을 고안하고 실행하려는 자세입니다.


5W는 1H와 함께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원인은 알게 되었지만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듯한 일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지, 이건 그대로 두자’는 식이라면 문제는 그대로 문제로 남겨집니다. 이런 식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게 됩니다.


젊은 토요타 직원 A씨가 상사로부터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A씨는 열심히 생각해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지만 역시 대답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A씨는 상사에게 가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다섯 가지 들어 설명했는데, 상사는 이렇게 딱 잘라 말했습니다.


“멋진 변명을 거창하게 나열한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테니 됐네.”


엄청 혼나거나 “뭐라도 하란 말이야!”도 아니고, “그럼 됐네.”라는 건 상사에게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심히 충격을 받은 A씨가 의기소침해 있던 다음날 상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세. 함께 생각하면 못 할 일은 없어. 하고 있는 동안 조금씩 답이 보일 거야.”


중요한 것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 곤란 해 한다는 것입니다. 변명을 해도 곤란함은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만 누군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토요타 사고방식입니다. 5W도 중요하지만 그 종착지에 1H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1] 일본어에는 발음이 같지만, 한자, 의미가 다른 동음 이의어가 많다. 키쿠(聞く)는 그저 묻는 것, 키쿠(聴く)는 마음(心)을 다해 신경 써서 묻는 것, 키쿠(訊く)는 신문하듯 깊이 캐묻는 것이다.


[2] 미에루카. visualization(가시화). ‘눈에 보이도록 한다’는 의미로, 토요타 기본 사고방식 중 하나.


[3] 각 작업 과정에서 부품이 소모되면 칸반을 수거해서 부품 발주를 낸다. 통상적으로 사용된 부품 수량이 적혀 있다. 사용된 수량만큼만 납품되므로, 칸반의 존재는 적시 생산에 매우 중요하다.




* Text based on 桑原晃弥, 「トヨタ式5W1H思考」

* 본 내용은 쿠와바라 테루야의 저서를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국내 미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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