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보지 말고 목표에 집중하라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경쟁사를 의식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달리기의 오래된 격언과 같습니다. 다른 주자를 쳐다보기 시작하면 결과가 좋을 리 없죠.”

“I’m not sure looking at competitors really helps. It’s sort of like the old adage of running. If you start looking at the other runners, it’s not good, you know.”

일론 머스크는 경쟁자의 상황을 참고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달리기에 관한 오래된 격언은 주위 경쟁자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 자신의 발전과 성공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이런 관점은 기업가적 사고방식에 기반해 전통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파괴적인 혁신을 실현시키는 그의 추진력에 의해서 입증된다. 그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혁신, 추진력,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나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내가 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과거부터 자동차 업계의 경쟁사나 라이벌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경쟁사의 동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테슬라의 방향성과 이루어야 할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한 테슬라는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잘 하지 않는다. ‘업계 최초의~’라는 표현도 제한적이다.

실제 그는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회사로 정의했기 때문에 더욱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의 차별화를 지향하면서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문법을 대부분 무시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는 것뿐 아니라, 딜러를 통한 판매방식을 거부하고 고객에 대한 직접 판매를 시작하고 소매가격 통제권을 메이커가 직접 쥐기 시작한 일이나(물론 아직도 전통 자동차 산업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광고나 홍보, 마케팅 활동에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광고 업계 및 미디어 산업으로부터 강력한 견제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차별화를 추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머스크는 자동차 전문 매체인 모터 트렌드Motor Trend와의 2019년 인터뷰에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왜 테슬라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쟁사들이 “테슬라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물론 경쟁 자동차 메이커들을 당시 테슬라를 얼마 못 가 도산할 회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으로서도 놀라웠지만 테슬라가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기 시작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모든 안전 요건을 충족한 후, 모델 S가 도로교통안전국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이 테스트한 모든 차량 중 최고의 안전 등급을 받은 후 경쟁 우위 지속 기간을 3년 정도로 생각했지만, 경쟁사의 반응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진화 속도가 상당히 느린 자동차 산업이 2014년이나 2015년까지도 전기자동차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00년 이상의 관성을 가진 자동차 산업이 “영혼 없는 차”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전기 파워트레인 제조 비용을 낮추고 자율주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해왔지만 기존 자동차 산업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은 여기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기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기존) 경쟁사를 열심히 쳐다볼 필요가 없다’고 한 취지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항상 경쟁업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소비자에게 최고의 자동차를 제공하기 위해서 메이커들은 첫째, 경쟁사의 제품을 살펴본다. 메이커들은 늘 경쟁업체의 제품이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어떤 가격 포지션을 취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런 정보를 통해서 특정 메이커는 자사 제품에 대한 가격 결정을 내린다. 딜러 판매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 촉진을 위한 경쟁사의 가격 할인 등에도 신경을 쓴다. 둘째, 자동차 메이커들은 경쟁업체의 마케팅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는데, 경쟁사가 어떤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는지, 어떤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는지, 어떤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경쟁사의 동향에서 수집된 정보는 자사의 마케팅 활동에도 빠르게 반영된다. 일례로 미국 최대의 스포츠행사인 수퍼볼Super Bowl 에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줄줄이 맞춤형 광고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은 경쟁업체의 제조 프로세스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쟁업체가 자동차를 제작하고 원가를 관리하는 방식은 중요한 경영 정보가 되고, 이러한 정보는 자동차 메이커가 자체 제조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사의 판매 수치나 시장 점유율을 살피며 자신의 실적을 조율한다. 또한 경쟁사의 연구 개발 지출과 관련한 일거수일투족에도 집중한다. 경쟁업체는 신기술과 혁신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지를 파악하여 해당 산업의 미래에 어떤 기술들이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경쟁사의 파트너십과 제휴 관계도 관심 대상이다. 산업 전반에 걸친 생태계 내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업체의 새로운 제품 출시, 서비스 제공에 대해 이해하려고 한다. 이처럼 경쟁업체를 살펴봄으로써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인사이트를 얻으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경쟁사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기업은 창의적인 능력에 기반한 경쟁 우위를 잃을 위험이 있고 획기적인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전략 경영 이론인 자원 기반 관점의 경쟁우위 확보 방안과도 일치한다. 지속적인 경쟁 우위는 기업이 보유한 고유한 자원과 역량에서 비롯된다. 머스크는 경쟁사에 집착하는 대신 기술 발전, 뛰어난 인재, 강력한 조직 문화와 같은 내부 강점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에 집중하여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기회를 탐구하고,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영역애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산업이든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숙 시장에 접어들게 되면, 기업은 독창성과 고유한 가치 제안에 선제적으로 집중하기보다 단순히 경쟁사의 발자취를 모방하거나 방어적으로 따라가는 '미투me too' 전략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기업 간 차별화가 점점 줄어들고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된다.

제도적 동형화Institutional isomorphism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들이 특징을 잃고 점점 더 유사해지는 경향을 설명하는 비즈니스 이론의 개념이다. 동형화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강압적 동형화Coercive isomorphism: 강압적 동형화는 정부 규제나 업계 표준과 같은 외부 압력에 의해 조직이 강제로 변화 압력을 받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는 국가, 지역에 따라 특정 안전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는 자동차의 안전 기능 측면에서 제품들이 더욱 유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범적 동형화Normative isomorphism: 조직이 동종 산업 내 다른 조직이 추구하는 규범이나 관행을 채택할 때 발생한다. 이는 산업 내 존재하는 각종 협회 등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무역 관행에 적응하는 과정이나 다른 업계 내의 리더가 추구하는 업무 관행을 참고하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업계 내에서 관행적으로 굳어진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유사한 광고 전략을 채택한다.

모방 동형화Mimetic isomorphism: 조직이 성공적이라고 인식하는 다른 조직의 관행을 모방할 때 발생한다. 조직이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할 때, 혹은 업계 내에서 성공한 조직은 더 나은 업무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기는 동형화의 형태다. 어떤 자동차 제조업체가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도입해 성공을 거두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도 비슷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해당 캠페인을 모방한다.

동형화의 관점에서 경쟁사를 참고하거나 업계 내의 관행을 추종하는 방식은 비즈니스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조직은 업계의 모범 사례를 통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유사해지고, 이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줄어들면 혁신과 창의성을 잃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경쟁사의 동향 파악에 과도한 자원을 활용하고 그 정보에 의존해 경영 판단을 내리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양산하기 시작하고 시장에 혁신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부터 두 가지 관점에서 동형화의 전형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순수 전기 자동차 모델의 출시가 잇따랐다. 주행 거리가 200마일(약 320km) 이상인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모델 S가 출시되자 관심을 두지 않던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자체적으로 배터리로 운행하는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닛산Nissan은 리프Leaf, GM은 쉐보레Chevrolet 볼트Volt, BMW는 i3와 같은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다. 둘째, 2015년 10월, 테슬라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Autopilot을 출시하자 경쟁자들도 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오토파일럿은 특정 조건(고속도로 주행 등)에서 테슬라 차량이 인간의 많은 개입 없이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오토파일럿은 자동차 업계에 큰 혁신을 가져왔으며,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체적인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오토파일럿은 애초에 완전한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고 무시하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반자율 주행 혹은 보조 기능 정도로 여기던 자율 주행 프로그램에 본격적인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조건부 운전자동화인 레벨 3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캐딜락Cadillac의 슈퍼 크루즈Super Cruise와 같은 운전자 지원 시스템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단순히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쟁 문법을 따르는 대신 장거리 주행 능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최첨단 전기차를 개발하여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은 100여 년 이상 완전변경모델FMC, full model change, 겉모습과 일부만 다소 변경한 부분변경모델facelift 등 기존 모델과 다양한 사양의 버전들을 계획적으로 “구식화” 시키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마케팅해왔다. 반면 테슬라는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 자율 주행 시스템에 중점을 두어 차별화를 꾀하고 전기차로서의 강력한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여 시장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따라오기 힘든 경쟁우위를 구축했다.

요약하자면, 경쟁사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는 머스크의 발언은 단순히 경쟁사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과 차별화하는 것의 중요성, 비즈니스 성공에 있어 혁신의 필요성, 리더의 추진력과 결단력에 대한 그의 믿음을 반영한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는 기업가들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고유한 역량을 개발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데 집중할 것을 권장한다. 경쟁에 대한 머스크의 접근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은 경쟁자를 인식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머스크는 큰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경쟁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테슬라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