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국사람이라 규!!!

by Thankfulness

작년에 시작한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회계사 사무실에 Data Entry Position에 사람이 필요하단 말에 일단은 뭐 별 어려운 게 있을까? 말 그래도 데이터 입력인데 처음에 방법만 배우면 되겠지. 게다가 회계사무실은 보통 아침에 좀 늦게 일을 시작해서 아침 Traffic 시간도 지나고, 아이들도 챙겨주고 출근하기에도 시간이 잘 맞아서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 일하던 사람이 모두 나가서 오피스 일이 너무 밀렸다면서 그걸 좀 같이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오기에 뭐 그러겠다고 하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오피스 일이라는 것이 너무너무 디테일해서 내가 정말 잘 못하고 싫어하는 일인 데다가 내게 일을 가르쳐주는 중국 회계사는 성격이 급한 데다 예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 같았다. 그제야 아... 왜 일하는 사람이 모두 나가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갑자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사람을 위해 이런 일들을 해 줘야 하나? 한국사람으로서 자존심도 좀 상하기도 하고... 같은 동양인으로서 좀 창피하기도 하고......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 사소한 많은 일들을 내가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사소한 일들이 많고, 한 달에 한번 하는 일, 3달에 한번 하는 일은 그 다음번에 할 때는 마치 처음 하는 일처럼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가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 사람은 조금만 지나면 또 여기일을 기억하려 하지 말라면서 그러면 머리가 터질 거라며... 그냥 가이드를 보고 하면 된다고도 하고... 나도 자료를 봐야 알지 다 알지 못한다며... 일을 지금 이제 2달도 안 되었는데 잘하려 하지 말라... 오피스에 나오는 것만으로 족하다... 뭐 이렇게 나를 구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럭저럭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Data Entry 쪽에 직원이 한 명 더 들어왔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사람이라고 한다. 오너가 동양인들을 좋아한단다. 성실하고 일도 잘하고, 특히 우린 융통성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데이터도 각기 회사들마다 모두 다른 방식이 있고 또 바뀌기도 하는데, 미국 친구들이 일하러 오면 한번 방법을 가르쳐 주고 나서 다음번에 바뀌었다거나, 이 회사의 경우는 다르다고 이해를 시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전에 이렇게 하라고 해 놓고 왜 지금은 다르게 이야기하냐고 따지더라란다. ㅎㅎ... 그래서 미국에 있는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동양 사람들은 모두 동양인을 선호한다. 같은 이유에서다.


그 친구는 들어오자마자 한국음식에 대한 질문과 드라마에 대한 너스레로 한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내년에 모국에 다녀오려고 하는데 꼭 한국에 들렀다 오고 싶다면서 코로나가 빨리 진정이 되면 좋겠다고... 그리고 한국 마스크 좀 구할 수 있는 데가 없냐며... 어떤 이상한 사이트를 보여주며 이게 네가 하고 있는 그 마스크 하고 똑같은데 이 사이트에 주문해도 괜찮겠냐면서 물어오기도 하고.... 내가 매일 갖고 다니는 과일 통도 어느새 똑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하고, 한국에 대한 질문은 그칠 줄 모르고..... 괜해 어깨 으쓱해지면서 옷매무새도 한번 다시 잘 정리하게 되고.... 일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갑자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한 번씩 은근히 나를 이겨 보이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면서 이 친구가 묘하게 나에게 도전을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회사가 동양인들의 경기장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경쟁에서 내가 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건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내가 국가대표 선수가 된 느낌이랄까? 질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이곳에서 나 개인이 아닌 그냥 한국사람으로 불리니까....


참 신기하다. 한국에서의 나라면 내가 나름대로의 목표와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했을 뿐, 누군가 사람을 대상으로 이기려고 하거나 앞서려고 애써 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나는 그런 감정적 체력 소모전을 견디어 낼 만한 체력을 갖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런 경쟁에서 이겨낼 자신도 없어서였으리라.... 그런 경쟁은 그냥 피하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들과 있으면서 묘하게 승부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사람이거든? 난 한국인으로서 성실하고 똑똑한 이미지에 적어도 흠을 내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게다가 저런 다혈질의 나이 든 상사를 내가 잘 요리를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 중이다. 그동안 세심하게 정리 잘하면서 살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연습하라고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왔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작은 디데일들을 꾸준히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좀 섬세해지려나..... 이렇게 그 오피스에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그날까지..... 일단 1년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일 년은 되어야 그 오피스에서 하는 일을 전부 한 번은 해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뒤늦게 이런 새로운 도전의 장막을 내게 열어 주시니 감사함으로 아침마다 커피 두 잔을 무기 장착하듯 마시고, 아침부터 선루프 열고, 행복을 주는 사람 들으며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고 출근한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나 혼자서 라디오 DJ 흉내 내며 이런 맨트로 마무리하고 오피스로 들어간다.


"어딘가에서 또 한국사람으로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당당하게 영리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계신 분들과 또 한국에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든 아니면 또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사람이든 모두와 "행복을 주는 사람" 같이 듣고, 모두 행복한 하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대한민국 핫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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