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첫 번째 집으로 아파트를 선택한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태어난다고 봐야 한다. 아파트에 마당이나 골목길이 없다. 이들은 마당 대신 거실에서 TV를 보고, 골목길 대신 복도에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 가면 교실에서만 지내고, 방과 후에는 상가에 있는 학원에 보내진다. 이동할 때도 봉고차에 실려 이동한다. 이들의 생활을 보면 24시간 중 거의 대부분을 실내 공간에서 보낸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공간에는 자연이 없다.
유현준 저, <어디서 살 것인가>, 33쪽
과거 아파트와 주택에서 몇 번 번갈아 가면서 살아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추억은 모두 주택에 있을 때의 기억뿐이다. 아파트는 내 집 같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파트 건물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십 채의 집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는 아파트는 나의 감정과 연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은 마당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과하지 않은 크기의 건물이기에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현준 저, <어디에 살 것인가>,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