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의 선물

삼베학교 에피소드.11-1

by 루화


“어제 집에다 베 차려놨다.”


“아, 스승님 집에서 베 짜세요?”


“베 짜지.”


“우와, 구경 가고 싶어요.”


“언제 올래?”


“스승님 편하신 날 갈게요.”


“오늘 올래?”


“네, 좋아요.”


삼베수업을 마치고 스승님과 함께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곳, 서후면 저전리.


이곳은 스승님의 고향이다.


[저전]이라고 적힌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맞은편 길가에 전동차 하나가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다.


“이게 내 전동차라. 이거 타고 들가자.”


스승님은 전동차에 타시더니 쿨하게 좌석을 뒤로 젖히고 팔걸이를 올린다.


“뒤에 타거라.”


“에엥? 정말요? 저 진짜 타요?”


“타거라. 많이 태워봤다.”


“세상에, 전동차 뒤에 타보는 건 난생처음이에요.”


“어때? 재밌지.”


“와, 너무 재밌어요.”



스승님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두 사람을 태운 어르신 전동차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굴러가고, 나는 저전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저전리는 금소와는 북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예전엔 이곳에서도 삼농사가 활발했고 삼베 짜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인자는 삼베 하는 이가 하나도 없어, 내 밖에 읎다.”


“삼 농사도 안 지으세요?”


“인제 안 지어.”


“왜요?”


“하는 이가 없는데 뭘 짓나.”


스승님 집 앞에 전동차를 주차하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마당 곳곳에 꽃이 심어져 있다.


“이건 모종 얻어서 심은 거고, 이건 자연히 날아와서 이리 자라났다.”


직조 기능 전승자의 집이라는 명패가 걸려있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스승님의 이력을 말해주는 사진들이 벽을 따라 걸려있다. 거실 중앙에는 아들, 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있다.


우리 할머니 집에도 있는 큼직한 소파 앞에 에메랄드색 페인트로 칠해진 낡은 베틀이 자리 잡고 있다.

낯설고 이질적이다. 이런 장면은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랄까.


“차 한잔 줄까?”


“네, 감사합니다.”


스승님이 타주시는 믹스커피. 꿀맛이다.

커피를 호호 불어마시며 나는 스승님의 집 안을 둘러본다.


새것과 옛것이 뒤섞인 기묘한 스승님의 공간.

무엇보다 40자 한 필의 날실을 몸에 감고 있는 베틀이 눈에 들어온다.


“스승님, 이게 개량베틀이지요?”


“그렇다, 일본 오비 짜는 베틀, 오비라고 알제? 기모노에 두르는 거.”


“아, 이 베틀이 일본에서 들어온 거군요.”


“한번 짜볼래?”


“그래도 돼요?”


“함 짜봐라.”


나는 스승님의 베틀에 조심조심 앉는다.



“북이 왼쪽에 있으면 왼발 페달을 밟고, 북이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발 페달을 누르면 된다.”


나는 마치 직물을 처음 짜보 듯,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벌어진 날실의 공간으로 바퀴를 단 북이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또르르 구르는 축축한 씨실이 미끄럽다. 나는 실이 끊어질라 유리알 다루듯 조심스레 베틀을 움직인다.


생각보다 뻣뻣하고 두꺼운 삼베의 질감. 마치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을 매만지는 느낌이다.


“베틀에 올라가서는 눈이 다섯 개여야 한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짜면서 앞과 뒤와 양 옆, 발밑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삼베가 그만큼 예민하다.”


나는 고새 날실 한 줄을 끊어먹었다.


“생각보다 날실이 잘 떨어지네요.”


“날실이 떨어지면 새로운 날실로 잇고, 풀솜으로 붙여주면 된다.”


“와, 이게 풀솜이군요.”


“이거 있나?”


“없어요. 이거 구하기 어렵다던데.”


“내가 갖고 있는 거 좀 있다. 이거 나눠줄 테니 잘 갖고 있다가 나중에 작업할 때 쓰거라.”


“세상에, 이 귀한 걸. 감사합니다.”


”보름새 바디는 본 적 있나?“


”보름새 바디를 갖고 계세요?“


”이리 와봐라.“


작은방 문이 열리고 꿉꿉한 냄새와 함께 스승님의 보물상자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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